이는 이 게임의 제작자인 야야님의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전작들의 내용이다.
물 속의 꽃 = 수중화
이상한 병에 걸린 자들 = ILLNESS
사후의 세계 = 키미모노가타리
키우고 고치고 = atonement
위와 같이 정리된다.
참고로 네 작품 모두 메리아의 정원이 배포되기 전의 작품이다.
야야님 작품에는 이와 같이 전작의 내용이 자주 수록되니 같이 플레이해보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50. 라이브라리움
오랜만의 VX 게임.
하얀상자의 마법사 때부터 좋아하던 제작자라 이 게임을 잡고 싶었다.
마코랑 히로가 굉장히 풋풋하고 귀엽게 보여 좋았던 작품.
이 분 후속작이 라이브라리움 배포시점으로 2개가 더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잡고 싶네요.
(스포) 히로의 트루 엔드의 도서관 장면에서
"이럴 때면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고 싶다"를 처음 플레이하며 한 번,
번역하며 한 번, 검수하며 한 번. 총 3번 보고 웃었네요ㅋㅋ
대사 자체보단 그 분위기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 빵터졌어요.
이번 게임은 도서관에서의 내용을 다룬 만큼 어려운 내용, 용어가 많이 나왔는데
번역하기 어려웠다기 보다 한국의 플레이어가 일부 대사에서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으니 소감은 여기까지 적고 아래에 번역 관련 후기를 적을게요;;
이번 한국어판은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일본문학이 수록된 한국어판과
원문을 현지에 맞게 수정한 한국문학이 수록된 한국어판.
총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이는 제작자에게 허가를 맡은 사항이며 스토리 진행에 큰 차질이 없는 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일본 문학보다 좀 더 친근한 한국 문학으로
더 와닿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현지화 버전을 따로 배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현지화판은 일본의 플레이어들이 원작에서 작가와 작품들을 보고
공감하는 것을 재현하고자 번역자가 한국 플레이어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제작자와의 협의 하에 각색했습니다.
단, 스토리 진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국문학 분류 방에서
'카지이 모토지로우의 레몬'이 등장하는 등
일부 장면에서 스토리 진행상 현지화가 이루어지지 못 한 부분이 있으며
캐릭터들의 대사를 새롭게 각색한 부분이 있으니
플레이 전에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십진 분류와 일본 십진 분류는 다르다. 자세한 건 검색으로!
子子子子는 원래 '자자자자'가 아닌 '코코코코'라고 읽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자자자자'로 현지화했다.
2분류 : 지리역사 서고에서 히로가 "키노사키에서" 라는 말을 할 때,
마코가 알고 말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히로가 城の崎にて라는 소설을 떠올리며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나오는 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는
猫の子子猫、獅子の子子獅子로 읽을 수 있으며
보통 네, 코, 시 라는 발음으로 읽을 수 있다.
네코<고양이>(노)<조사> 코<자식> 코네코<아기 고양이>,
시시<사자>(노) 코<자식> 코지시<아기 사자>
(노)는 조사이며 의미를 함축한 문구를 해석한 것이므로 생략한 듯하다.
참고로 코지시<새끼 사자>는 아기<코>와 사자<시시>라는 단어의 합성이므로
시시의 앞부분이 탁음으로 변해 지시로 발음하게 된다.
9분류의 작문법, 일본고전에서 나오는 구절들은
위키에 나오는 백인일수를 참고했다.
백인일수라는 이름 그대로 본게임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구절들이 백 개 있는데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51. 츠키메테
간만에 MV 단편 게임을 번역했습니다. (무자비 업뎃 제외)
단편 게임이지만 짧고 강렬하죠.
이 작품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단편 게임을 다뤄도 이 제작자의 작품은 그 짧은 시간에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점이 좋더라고요.
사실 짧은 게임이다 보니 번역과 관련해서 적을 내용은 3개밖에 없네요.
그럼 번역 해설 적습니다.
이 게임의 타이틀인 "츠키메테"는
"찾아줘"라는 뜻을 지닌 "미츠케테"의 애너그램입니다.
마땅한 번역이 없을까 하다가 결국은 원문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죠.
찾아줘, 날찾아줘, 발견해줘 등을 애너그램화시켜도 읽기 어렵고
제목을 외우는 것도 "츠키메테"라는 원래 타이틀만큼 간단명료하게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두 번째로 엔딩에 관한 내용입니다.
엔딩 1인 액사는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 것이며
엔딩 2인 교살은 목을 매어 죽이는 것이라는 뜻이 있어요.
죽었다는 사실 만을 인지한 채 끝나는 엔딩 2은 타인이 죽였다고 생각하는 반면
자신이 액사한 모습을 인지한 엔딩 1은 자살이라는 걸 인지한 거죠.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이름에 대한 번역 후기입니다.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츠키(tsuki, 일본어로 달을 의미)입니다.
하지만 번역판의 플레이어가 한국인들이고 모두가 일본어에 대해
바삭하지 않으니 이름을 현지화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었죠.
실제 한국 이름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상현으로 바꾸려니 선택할 글자가
너무 많아지고 6글자인 보름으로 하려니 보름달 모양의 타일이 없어
수정이 불가능했어요.
영어로 간단하게 moon이라고 할까 싶었지만 o가 중복되는 만큼
이벤트 처리를 수정하기 번거로웠죠.
결국 달이라고 들여오기로 했지만 그나마도 DAR로 할지 DAL로 할지
고민했다죠;;; L은 타일을 수정해야 해서 R로 했습니다. 일이 주니까요!
그 와중에 최종수정을 거친 후에 다른 파일을 업로드해서 다시 수정했네요;;
하지만 즐겁게 해주신다면 OK입니다!
52. HOTEL 337
미완성판 게임을 배포하는 건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네요.
개발이 중지된 작품이자 제 첫 번역작인 죽음의 마을과
demo판만 하고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잡게 된 pocket mirror.
혈기왕성했던(?) 시절이라 무모하더라도 괜찮다 싶으면 무조건 번역을 잡곤 했죠
앞서 적은 극초반에 번역했던 게임들 이후로 체험판 혹은 개발 중지 게임은
근 몇 년 간, 잡은 적이 없었고 잡을 의향도 없었는데
HOTEL 337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게임이라 잡았습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 중지가 됐네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이 게임을 잡게 된 이유는 정말 단 하나.
그래픽 때문이었어요. 체험판이라고 해도 스토리를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그래픽은 게임을 플레이하면 바로 들어오는 편이니까요.
다양한 시스템. 신선한 인터페이스. 깔끔한 도트.
인게임 상태에서 대화시에 움직이는 캐릭터 그래픽. 모두 좋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네요.....
참고로 이 게임은 여러 제작자분들이 협업해서 만들던 게임입니다.
제가 체험판 허가를 다시 받을 때는 '우주 비행사의 모험' 제작자분이
총 책임자셨고요. 군대 갔다온 사이에 책임자가 바뀌셨다는;;;
아무튼 이 그래픽을 주도해서 만드신 분은 Ghost Hospital이라는 개인 게임을
제작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게임이 완성판이 나온다면 한 번 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번역도 해보고 싶네요.
53. 엔카운트
굉장히 플레이타임이 짧고 엔딩도 2개인 노벨 게임입니다.
몇 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츠키메테를 제작했던 분의 게임이죠.
같은 제작자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스타일이 꽤 다릅니다.
깜놀 요소가 들어간 공포게임인 츠키메테와는 달리
엔카운트는 공포의 요소보다는 짤막한 스토리의 흐름을 추구했죠.
판단은 여러분들 나름이지만 전 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조금 진지하게 해석해보자면
사람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이 게임의 엔딩을 둘로 가른 핵심이니까요.
누구든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
무언가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게 만들죠
이 게임의 게시글에 마치 자신의 얘기 같다며 다시 힘을 내고 간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설령 누군가에겐 지루하거나 별 내용 없는 게임이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돋구어주고 무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번역한 게임을 플레이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따로 대댓글을 적지 않더라도 항상 댓글 읽어보고 있습니다.
동기부여도 많이 받고요. 더욱 노력하는 탄산커피 되겠습니다 (_ _)
54. 키미가시네 <네가 죽어> 1부
네. 갓겜입니다.
전역하고 나서 해본 게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단연코 제일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흔한 소재임에도 캐릭터간의 갈등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일품이죠.
현재, 연재중인 게임이고 지금 한국어판으로 배포된 게 1부까지인 만큼
무심코 스포일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게임에 대한 건
최종장 후기에서나 적을게요 ㅎㅎ
(현재 일본판은 2장 후반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될 때엔 이미 다른 분이 번역하고 계신다고 해서
아쉬워했지만 번역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물개님께
헐레벌떡(?) 연락을 드려 허겁지겁(?) 번역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시간에 번역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기존에 어느 정도 번역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번역을 공동 작업으로 해보는 건 처음인데 제가 짊어질 부담이 준다는 점은
상당히 좋더군요. 번역이 안 돼 있던 부분들만 번역한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양이 적었던 건 아니지만 물개님이 하신 작업에 비하면야....
이번 번역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호칭, 고유명사 등의 통일이었습니다.
기존에 번역돼있던 문장들은 ~쨩, ~군 등의 일본식 호칭을
그대로 채용한 반면, 저는 그런 거 절대 못 보는 성격이라서요. (단호)
제가 물개님과 얘기하며 호칭을 재정리하긴 했지만 그걸 직접 수정하신
물개님의 수고는 두 말 할 게 없죠.
고유명사도 번역한지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포맷되어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기존 번역문과 제 번역문의 스타일이 달라 고생을 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적자면 작중에서 나오는 모든 지방을 대통합시킨 Q타로의 사투리나
어미에 냥, 멍이 붙는 긴의 말투 등이 제 기준과는 조금 맞지 않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수정을 했더라죠.
네. 제가 번역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깐깐한 편입니다.
기존 번역본이 제 스타일과 맞지 않았을 뿐,
절대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_ _)
실제로 제가 기존 번역본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 제 걸 버리고
수정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키미가시네 <네가 죽어> 1장이 번역이 끝났습니다.
사실 2장도 전반까지는 번역이 끝났는데
후반까지 통합해서 2장을 통째로 배포하려는
물개님의 큰 그림(?)이 있는 것 같네요.
제작자분의 허가가 나는대로 물개님과 같이 작업할게요.
2장에서 후기가 이어지겠네요.
+) 이번 코미케 4일차에 네죽 제작자인 난키다이님이 최종장 체험판과
사운드 트랙을 들고 나오셨다는데 여러 정황상 못 가봤네요.
나중에 통판도 하실 생각이라고 하니 기대해봐야죠..
55.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
3개월만에 나오는 번역작이네요.
화과자 마녀님께 게임 추천을 받았는데 게임이 매력있고
무엇보다 분량이 짧아서 (중요) 서프라이즈 배포용으로 잡아야겠다 싶었던 게임이에요.
요즘 취업 준비랑 졸업작품 준비, 과제 등으로 계속 바쁘다 보니
번역에 진척이 없어 게임 번역을 소홀히 하는 느낌이라 이 게임을 잡게 됐죠.
번역할 게 적은데 캐릭터, 일러스트도 매력있고 재밌잖아!? 하는 생각에
플레이 후 바로 허가요청을 보냈었거든요.
번역은 이틀만에 끝났는데 제 실수로 데이터를 날려서 복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2주라는 시간동안 배포를 끌고 말았네요;;
서프라이즈 배포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다리게 해드린 점,
심심치 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서론은 그만하고 게임에 대한 얘기와 번역썰을 적어볼게요
일본어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의 제목,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에서
봄은 이 게임의 주인공인 하루를 뜻합니다.
일본어로 하루가 봄이라는 뜻이니까요.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제목의 "봄"을 "하루"로 바꿔 읽으면
"그리고 하루는 재가 된다"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는데
이는 작중에서 나왔던 하루의 장례식 장면이 연상되게 만들죠.
진엔딩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하루는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우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 색이 하루의 오빠와 같은 초록색으로 바뀌죠.
원래는 노란색이었거든요. 이는 결국 하루가 유우와 계속 교류를 하며
오빠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하나의 암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죽음에 이르기까지 오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저는 그렇게 해석했어요.
이 게임은 알게 모르게 암시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진엔딩에서의 유우가 오빠가 아니라는 것은 눈의 색깔 뿐만 아니라 진엔딩
전의 선택지 이후에 메뉴창을 열었을 때 유우의 이름이 이상하게 나오는 부분이나
하루가 겁을 먹고 도망갈 때 잠깐 비춰주는 이미지,
유우가 하루를 찾으러 하루네 집 현관으로 들어갔을 때, 거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2층에 있는 오빠방으로 가서 주변을 조사하면 볼 수 있는 뒤집힌 글 등
이 작품에서 제작자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단서를 찾는 느낌이라 재밌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제 최애는 아카미 유우입니다.
스토리가 말수가 적은 하루보다 유우의 대사로 진행되는 편이기에 유우 특유의
가벼워보이는 말투를 잘 다루려고 신경썼어요.
특히 장례식장에서 꽃을 들고 도망쳐 호텔로 온 뒤에 나오는
"요만큼도 말이지!"라는 대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죠.
웬만하면 맞춤법을 맞춰 번역하려는 제가 어떻게 하면 이 대사 특유의
귀여운(?)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바로 저렇게 적어야겠다 생각했죠.
후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캐릭터들과 복선 찾기가 매력적인 이 게임, 재밌게 플레이하셨으면 합니다 XD
56. 소라와 하얀 귀신
배포한다 배포한다 해놓고 결국은 2020년 1월에서야 배포된 번역작인
소라와 하얀 귀신 후기입니다.;;;
맵 하나당 텍스트가 무진장 많이 들어있었으니 선처해주세요 ^^;
우선 이 게임은 일본의 명절인 오봉을 다룬 얘기입니다.
오봉을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양력 8월 15일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이승에 잠시 돌아오는 날 정도로 보시면 되겠네요.
여름에 있는 추석이다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추석과 오봉은 정확하게 따지자면 개념이 다르지만...)
아무튼 오봉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날인 셈이죠.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소라, 즉, 오오조라 카나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인 공백세계로 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런 얘기를 다룬 작품이고요.
이 작품에서 나오는 공백세계라는 설정은 이 작품에 있어서 여러분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핵심적인 키워드일 거예요.
단순히 보면 죽음과 생존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용어에 불과하지만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소라(空)와 시로(白)의 명칭도 이에 영향을 받았으며 고스트맨과 소라가 이승에서 가진 이름인 시라(白)토리 다이스케와 오오조라(空) 카나메라는 이름 역시 이 설정에 반영된 걸 보면 제작자가 공백세계라는 키워드에 어느 정도로 초점을 맞췄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기존에 일본어에 관심이 많았거나 노 게임 노 라이프 같은 작품을 보셨던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겠죠 ㅎㅎ
혹시 나중에 다시 플레이하실 분들이나 게임을 끝까지 안 하고 플레이하실 분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플레이해보시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게임과 관련해서 번역할 때 신경 쓴 부분들에 대해 정리할게요.
먼저, 시로의 말투입니다.
시로는 엔딩까지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학생들이 낳고 어딘가에 아이를 버리면서 죽게 됐습니다.
즉, 신생아 상태에서 죽은 아이인 셈이죠.
그렇기에 시로의 말투는 존댓말이나 기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이며 이는 원문도 동일합니다. 예를 들면 소라가 할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라고 말할 때, 시로는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라고 존칭을 쓰지 않는 반말을 사용합니다. 예의가 없다기 보단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존칭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거죠. 무척 예의바른 번역자인 저는 무의식 중에 시로의 개성인 이 말투를 해치진 않을까 신경쓰며 번역했습니다. 동심의 눈높이에서 번역하다보니 노는 게 제일 좋아져버려 번역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개성을 가능한 한 살린 상태로 들여온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다음으론 경찰의 정체입니다.
오마케 방을 보면 경찰이 자신의 정체를 혈귀라고 밝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의 원본은 "오니(鬼)"입니다. 이 작품은 생과 사의 경계를 다루는 얘기라 그런지 오니부터 오바케, 유령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다양한 표현들이 나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오니는 귀신이라고 번역했겠지만 이러면 오바케(해당 작품에서 이미 귀신이라고 번역)와 겹쳐버리니 뭐가 좋을까 고민했죠. 귀멸의 칼날 정발본처럼 도깨비라고 할까 고민도 했지만 도깨비와는 또 다른 개념인 것 같아 다른 단어로 번역하기 위해 위키를 돌아다니던 중 혈귀라는 표현을 찾아 그걸로 번역했습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경찰이 빨간 눈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부터 鬼 자가 단어 안에 들어있는 것까지 잘 어울린다라는 느낌이 들어 사용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상점 주인의 어떤 대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상점 주인과 대화를 하는 이벤트에서 별점 5개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이 내용의 원문은 별점 5개가 아닙니다. 원문은 방석 3개죠. 이 유래는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밌는 얘기를 하면 방석을 1개 주고 재밌는 얘기가 아닐 경우 1개를 빼앗는 구조에서 따왔으며 방석 3개의 경우는 정말 재밌는 얘기를 했을 경우에만 해당되죠. 번역판에서는 알기 쉽게 별점으로 현지화해서 들여왔습니다.
끝으로 번역 소감만 적고 마치겠습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 플레이하며 저도 꽤 재밌게 했던 게임이지만 이 게임의 대사에는 패턴이 있어요. 바로 등장인물들이 너무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죠.
A : ~해서 죄송합니다(or 감사합니다),
B :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하죠(or 감사하죠).
이와 같은 대화 패턴이 너무 많다 보니 번역하면서 질리게 되어 진척이 늦어졌어요;;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패턴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번역할 때는 텍스트만 보다 보니 PTSD가 왔었어요;;
+ 게임의 대화 패턴과 같이 제작자님도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좋은 분이십니다.
이제 대화 패턴에 질릴 일도 없으니 다시 열심히 해볼게요 :)
57. 브래드 교수와 웃지 않는 조수
이 게임은 이전에 번역했던 "하얀 뱀의 구애"를 제작하신 미타케님의 작품입니다.
단편 게임을 정말 가벼우면서도 재밌게 잘 만드시는 분이고
이 게임도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번역했어요.
원래 제목은 "브래드 교수의 웃지 않는 조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조수인 이자벨라만의 이야기가 아닌 브래드 교수와 조수인 이자벨라의 내용을 모두 다뤘기에 지금과 같이 수정했습니다. 참고하세요.
엔딩을 보다 보면 떡밥을 꽤 뿌렸으니 SECRET 파트를 보지 않아도
두 사람의 관계와 브래드 교수가 하는 연구의 진상을 알아차리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브래드가 사랑하는 여성이었던 친구 이자벨라는 무언가의 이유로 죽게 되었고 그 이후로 브래드는 흑마법을 통해 이자벨라를 되살리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SECRET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되살아난 이자벨라는 기억을 잊은 채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이 바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봤던 두 사람의 모습이죠.
브래드 교수가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 연구는 이자벨라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기억이 없는 상태의 이자벨라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도록 조수로서 곁에 있게 한 거죠.
다소 뻔하지만 안타까운 이 스토리는 "애인인 이자벨라"가 아닌 "친구인 이자벨라"를 되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즉, 소중한 친구를 잃고서 그녀를 잊지 못한 브래드의 짝사랑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죠. (이 의견은 개인의 해석이니 참고하세요)
이는 두 가지 요소를 통해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BGM의 중단.
항상 알쏭달쏭하지만 밝은 분위기의 BGM들이 게임 내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이 BGM이 끊기는 순간이 딱 한 번 있습니다.
바로 SECRET 모드에서 기사를 확인한 순간이죠.
브래드 교수에게 있어선 잊고 싶었던 현실에 대한 상기를
플레이어에게 있어선 명확하게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이죠.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순간 즐거운 BGM이 끊기는 연출이 상황을 더욱 진지하게 보이도록 하죠.
두 번째는 추가 스토리에서 밝혀지는 진실.
밝은 분위기 속의 본편과는 달리 추가 스토리에서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죠.
본편에선 농담을 서로 주고받던 두 사람의 사연을 게임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추가 파트에서 보여줌으로써 앞에서 나왔던 장면들과 더욱 대비되게 만들죠.
이런 연출적인 면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게임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다들 재밌게 하셨으면 좋겠네요. :)
58. 도트코이 (여성향)
도트코이가 여성향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서 2019년 9월쯤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번역작품이 밀리다보니
이제서야 번역, 배포하게 됐어요;;
그동안 도트코이 (여성향)와 관련해서 번역 요청이나 문의들이 많이 왔었는데
이제 재밌게 하시면 될 것 같네요 :)
이 아래부터는 번역썰과 잡담이 이어집니다.
~원문과 번역 해설~
도트코이 (여성향)의 원래 제목은 이전작과 동일하게 도트코이이며
이는 각각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표기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기존 도트코이는 히라가나, 이번 여성향 도트코이는 가타카나로 표기됐어요
일부 캐릭터들 이름에 유래에 관해 간단하게 적을게요.
먼저 아오키(青木)는 자신의 색상인 파란색이 이름에 들어가있죠
미나모토(源)는 원기, 원천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미나모토의 성과 부합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라나카(村中)는 전작에 나오는 캐릭터인 나카무라(中村)에서
글자 배치만 바꾼 것이고요
무라나카 쇼코가 좋아하는 머슬곰의 원문은 곰머슬이며
곰을 뜻하는 "クマ"와 머슬(근육)을 뜻하는 "マッスル"을 합해서
"クマッスル"이라고 불렸습니다.
번역문은 여러모로 고민해봤지만
가장 알아듣기 쉽고 입에 붙는 머슬곰으로 들여왔어요.
미나모토와의 청소당번 이벤트에서 미나모토가 밴드를 결성(?)할 때
공연장에서의 활약에 대해 언급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공연장은 무도관이며
이는 일본에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가장 크고 대표적인 무대죠.
우리나라로 치면 올림픽홀 공연 무대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루이, 미나모토와 귀가할 때 등장인물들이 편의점 치킨을 사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편의점 치킨의 원문은 "ファミチキ"입니다.
패밀리마트를 뜻하는 "ファミリーマート"의 "ファミ"와
치킨의 "チキ"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예요
루이와의 이벤트에서 귀국자녀 얘기를 할 때, 웬츠 에이지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여기서 나오는 웬츠 에이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서 살아온 귀국자녀이며
일본의 유명 배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분이 계실 수 있겠지만 검색해도 쉽게 나오지 않아
그냥 그대로 들여왔어요.
루이의 이벤트 중에 노란 병아리 같은 소리를 낸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의 원문은 새된 소리를 낸다는 뜻의 "黄色い声"예요.
이를 노란색(루이의 색상)을 뜻하는 "黄色い"로 라임을 맞춘 거죠
작중에서 특산품이라며 가져온 감귤의 원문은
미야자키현의 토종 감귤이라는 "日向夏"입니다
니카이도와의 이벤트에서 가챠핀이라는 캐릭터가 언급이 되는데 이 캐릭터는
일본의 어린이용 프로에서 나오는 인기 있는 공룡 마스코트예요
이는 우리나라에서 뽀로로나 펭수 같은 입지죠.
하지만 작중에서는 가챠 얘기와 라임을 맞춘 것일뿐,
직접적으로는 가챠와 연관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추가로 해당 이벤트에서 나오는 친구 보상의 원문은 "フレンド石"이에요.
이 의미를 직역하면 친구 돌인데 모바일 게임에서 친구 관계를 맺으면
혜택으로 주는 보상으로 추정됩니다.
소녀전선으로 치면 친구 숙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전지 같은 개념이겠네요.
미나모토 이벤트에서 언급되는 브로리와 사가트,
에다지마 헤이아치와 같은 캐릭터들은
각각 "드래곤볼", "스트리트 파이터", "돌격! 남자 훈련소"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즉,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을 언급한 거죠.
참고로 해당 작품들은 모두 배틀 장르입니다.
게임 내에서 "지랄하네"라는 선택지가 나온 적이 있을 거예요.
해당 선택지의 원문은 "ほざけ"이고 이는 지껄이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지껄이고 있네"라고 번역하기엔 원문이 줬던 3글자의 임팩트가
잘 살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의역을 섞어 "지랄하네"로 번역했어요
너구리와의 불꽃놀이 이벤트에서 "펑펑 터져라"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는 타마야카기야(일명 타마야)라는 불꽃놀이를 보고 외치는 연호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편하도록 의미를 번역했습니다.
일본의 설화에서 너구리는 변신을 할 수 있는 요괴로 여겨지는데
이 때, 변신하면서 나는 소리는 "ぽんぽこ(폼포코)"등으로 표현됩니다.
이 게임에서도 이런 효과음이 나왔지만 국내에선 사용하지 않는 말인만큼
이를 모두 다른 대사, 효과음으로 변경하여 들여왔어요
니카이도와의 수학여행 이벤트에서 나오는 오이리 아이스크림은
주인공 일행이 수학여행을 간 카가와 현의 특산품이에요.
이는 아이스크림에 구슬 같은 것이 들어갔다고 하여 들 입자를 사용한
お入りアイス라고 불리는 듯합니다.
이것말고 우동체험에 관한 얘기도 나오는데
우동 또한 카가와 현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번역 후기~
제가 번역한 작품들을 많이 해보셨던 분들은 아실 수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번역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번역작인 도트코이 (여성향)는 일본의 신조어들, 속어들 등이 많이 나오면서
현지화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여태까지 가졌었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들을 가능하면 문맥, 원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 순화시키는 방식의 번역 방식을 택했었고
그 예시로는 마구 때리는 유치원의 대사에서 나오는 "ㅈ밥"을 "찌꺼기"로 순화한 사례가 있죠.
어린 연령층을 비롯하여 좀 더 많은 분들이 좋지 않은 말들을
직접적으로 접하게 하고 싶지 않던 제 개인적인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용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욕설의 수위를 낮췄었죠.
하지만 이번 도트코이에서는 신조어와 속어가 많이 나온 만큼 일일이 수정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런 언어들의 개성을 보다 매끄럽고 찰지게(?) 들여오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실제로 신조어, 속어가 많았을 뿐이지 극심한 욕설이 있진 않았기에 이렇게 스타일을 바꾸게 된 것도 있고요.
그 밖에도 기존에 제작자의 숨겨진 의도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고수했던
직역체에서 벗어나 의역으로 좀 더 매끄럽게 번역했고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네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번역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욱 매끄럽게 번역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앞에서 얘기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얘기가 너무 길었으니 이젠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도트코이 (여성향)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솔직히 여성향 버전으로 한 번 더 만드실 줄 몰랐거든요;;;
전작이 화제가 됐던 만큼 같은 패턴으로 나오는 후속작은 전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걱정은 보기 좋게 배신당했어요.
전작에 비해 훨씬 좋아진 인터페이스와 늘어나고 다양해진 공략 캐릭터.
그리고 공략 대상의 친구와 가까이 지내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게 진행되는 이벤트,
이런 캐릭터 연계 시스템과 더불어서 늘어난 EXTRA의 이미지들.
개인적으론 완성도 측면에서 전작을 충분히 뛰어넘었다고 생각해요.
플레이하면서 항상 주인공이 약속 장소에 먼저 나가있는 등 패턴이 반복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있게 다가온 캐릭터는 니카이도였네요.
제작자님의 Pixiv FanBox에 들어가면 외전격 작품을 만들어 후원금을 받고 판매하신다는 얘기가 있으니
일본어를 해석해서라도 플레이하고 싶을 정도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
59. 그리고 여름에 꿈을 꾼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서프라이즈 배포가 됐네요.
이 게임은 이전에 번역했던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의 스핀오프 작품이에요.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본작의 스토리에서 뭔가 진행이 된다는 느낌보다
본작의 스토리를 따서 미니게임을 만든 느낌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플레이 타임도 무척 짧고요.
하지만, 본작을 번역해서 들여온만큼 이 작품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자님께 허가를 맡고 들여오게 됐습니다.
분량이 짧은 것도 있지만 제작자님이 이미지 파일을 편집하기 편하도록
따로 파일을 보내주셔서 (식자 담당인 도서비님이) 훨씬 편하게 작업했습니다.
내용을 번역하고 검수하는데 하루도 안 걸렸죠.
이 후기를 빌어 제작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나머지 서프라이즈 배포 작품은 영상에 자막을 다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작품에 관해선 다음 후기에 상세히 적을 예정이니 그 때 참고하세요!
그럼 이제 이 게임에 대한 얘기를 적어볼게요
플레이 타임이 적고 외전 요소가 강한만큼
이 게임에서 스토리나 복선 등으로 크게 얘기를 다룰 것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작이 시리즈화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조개껍질을 주우며 평화롭게 바캉스를 즐기다가 이전 상황의 기억을 떠올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하루의 모습을 이 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넣음으로 인해
하루가 아직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 밖에도 아이스크림을 비롯하여
여러 물건들을 팔던 사람은 게임 내에서 파라솔로 얼굴이 가려져있습니다.
여기서 어째선지 하루의 오빠가 이 바캉스에 개입하는 것과도 같은 찝찝함을 주죠.
전작에서의 엔딩과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연출들이
어째선지 바캉스를 즐기는데도 아직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찜찜함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느낌은 제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전작의 제목에 들어가있던 봄, 그리고 이번 스핀오프의 제목은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가을과 겨울이 정말로 나오는지, 나온다고 하면 올해 나오는지 등은 미지수이며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처음부터 제작자님이 노리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제작자님은 새로운 신작을 열심히 제작 중이십니다.
신작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일지 완전히 새로운 신작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XD
60. Human Killing
어느덧 60개의 번역작품을 배포하고 있네요.
단편이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금자탑을 쌓아올린 느낌도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싱숭생숭합니다ㅎㅎ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번역해온지 5년하고 반 년 조금 넘게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도 프리게임 업계 쪽에서도 참 여러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집니다.
꼰대같은(?) 넋두리는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앞으로 탄산커피 번역소를 많이 찾아주시고 즐겁게 게임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탄산커피가 되겠습니다.
여기부터 진짜 후기입니다
Human Killing은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오로호스의 꿈과 무자비한 미소를 제작하신 야카로님의 작품입니다.
단편이 나온 직후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해봤었죠.
우선, 번역썰에 대해 정리할게요.
후일담에서 수수께끼 책을 보면 "시점을 바꿔라" 라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머리를 써라" 이며 여기서 말하는 머리는
앞글자를 뜻하는 두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머리를 써라"라고 하면 일본과는 달리 중의적 느낌이 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의역을 다소 섞게 되었습니다.
침실 책장에 나온 "신기한 소설"은 플레이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작자님의 이전작, 오로호스의 꿈의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기본적으로 "히어로"를 파란색, "악"을 빨간색으로 적습니다.
이는 말하는 캐릭터에 따라 색이 변하죠. 저마다가 자신을 "히어로"로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최종결전에서 이로아스가 자신을 칭할 때 빨간색 글씨로 표현됩니다.
이는 이로아스가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악"이며
자신이 죽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싸우는 것을 나타내죠.
그 증거로는 최종결전 전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인
"히어로가 누구인지 정해져 있다는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로 최종결전 전에 나오는 메세지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눈치가 어느 정도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최종결전 직전의 메세지는 다른 메세지들과는 달리 그림자 효과처럼 연출됩니다.
앞에 적혀있는 글자와 뒤에 적혀있는 글자는 다르고요.
이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작품이 다른 단편들보다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단편임에도 반전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 이로아스가 거울에 비치지 않았던 이유
-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편지를 나눠 써서 알아차리기 힘든 세로쓰기 편지
- 암전 상태에서 이로아스가 문을 여러 번 두드려도 문이 열리는 이유 등
알고 난 다음 다시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부분들이 자잘하게 많이 들어가있죠.
그 중에서 제일 신박했던 기믹은 세로쓰기 편지를 여러 개로 나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제가 놀랐었던 만큼 다른 분들도 놀라기를 바랐기에 이 부분은 특히 열심히 번역했죠!
금색과 비취 때보다 번역 센스가 발전한 것 같아다고 느껴 뿌듯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후일담을 플레이 할 때, 음성 사서함 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또한 원래는 원문으로 소리만 나왔었죠.
하지만 플레이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갑자기 일본어가 나와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제 휴대폰으로 다른 휴대폰의 음성 사서함 소리를 녹음하고
그 파일의 소리를 키워 대체했습니다.
마지막 썰은 엔딩 크레딧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 게임의 엔딩 크레딧은 무려 영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텍스트가 없어 뒤적거려보니 영상이더군요.
제작자님께 한국어로도 제작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지만
본인도 부탁해서 받은 거라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영상 제작을 똑같이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제 머리 속에는 자막이라는 수단이 떠올랐죠.
그래서 급하게 자막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해결했습니다.
처음해보는 거다 보니 자막 퀄리티가 좋지는 않습니다만 양해 바라요 ㅠㅠ
음성 사서함과 엔딩의 자막이 서프라이즈 배포가 미뤄지게 된 원인입니다.
생각보다 애를 먹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ㅋㅋ
실제로 자막은 배워보고 싶었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볼게요.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요소도,
그렇게까지 엄청난 스토리도 들어있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 해보고 느꼈을 때, 여태까지 해본 단편 게임 중에서
단연 가장 인상깊은 게임들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사견입니다만, 저는 무언가가 저를 얽매이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무언가가 올바르다 혹은 무언가는 올바르지 않다는 개념을 단정짓고
이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그런 생각이나 행위 자체는 존중하고 누군가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 행위가
만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동조도 하지만요.
이 작품은 앞에서 말했던 "무언가를 단정짓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합니다.
주인공인 플레이어는 파란색 글씨의 "히어로"로
이로아스는 빨간색 글씨의 "악"으로 표현되며 메인 스토리는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후일담을 읽어보면 얘기는 완전히 반전됩니다.
자신의 가족들을 잃고 남동생만을 살리기 위해 인간으로서 살해당한 이로아스는
남동생에게 있어 히어로가 되었고 그런 이로아스를 죽인 플레이어는
자신이 한 살인이라는 행위에 속죄하며 악을 자처했으며
실제로 사람들에게 민간인을 흡혈귀로 착각하고 죽여 남동생을 혼자 두게 만든 악이 되었으니까요.
하면서 해피엔딩 스토리 엄청 대충으로 심지어 일러스트 한장없이 만든거 보고 제작자분은 절망 매니아라는것에 동감했습니다.
만들기싫은데 억지로 만든 느낌을 팍팍 낸 엔딩이어서 넘 슬펐어요.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결말을 개인적으론 원하면서 했지만 이벤트 스토리보고 결말과 별개로 역시 업뎃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QnA를 보면서 의문점이 많이 해결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언젠간 실험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일 아쉬운게 제작자님이 이 게임 말곤 다른 작품은 만들지 않으셨나봐요.. 찾아봐도 없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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