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번역한 게임들의 후기를 적어놓은 것입니다.
별 거 없지만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접기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새 번역작이 나오면 추가됩니다.
<현재 60번까지 작성>
1. 죽음의 마을 -Dead Village-
첫 번역작 (VX ACE). 첫 번역인만큼 네임드 제작자분의 게임을 번역해보고 싶었다.
그게 tachi님이 개발중지하신 이 게임, 죽음의 마을이다.
개발이 중지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허가를 내주신 tachi님께는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당시 알만툴 캐릭터들 중 최애캐였던 '붉은 마녀'의 과거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번역했다.
2. Re;member
VX툴 게임 처음 번역.
일본 실황가 '아부'가 플레이하는 걸 보고 흥미를 느껴 실황을 마저보기 전에 직접 플레이한 후 번역함.
감동적인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당시에 하이라이트 대사를 번역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
도서비님에게 처음으로 기술협력을 받은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나름 의의가 있다.
3. Pocket mirror (DEMO)
처음으로 영어권 게임을 번역.
영어를 잘 번역할 수 있을지 망설이다가 잡게 되었다.
이거 번역하면서 번역이 매끄럽게 되지 않아 일본어보단 영어가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개인차)
RPG maker 사이트라는 외국 사이트에서 발견했다.
완전판은 다행히도(?) 티엘님이 맡아주셨다. 완전판은 그 곳에서 다운받도록 하자. (추후 링크 걸 예정)
4. White Wolf
freem을 돌다 발견한 게임.
처음으로 배틀 시스템이 있는 게임을 맡아 여러모로 고전했다.
일러스트가 취향(중요 포인트)에 맞아 번역했다.
5. 금색과 비취
freem 돌다가 일러 좋아서 번역하게 됨 (역시 일러는 중요하지)
일러 좋아서 플레이하고 설정에 반했다. 참고로 결말에도 반했다.
첫 번째 수수께끼에서 숫자 골고루 쓰겠다고
곱사등이라는 단어를 어거지로 끌어냄;;
업데이트해야 되는데 시간 걸려서 아직 못 하는 중
업데이트 후 버전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역시 희대의 명작!
+) 업데이트 완료 후 추가 후기
요즘 쓰는 후기랑 다른 느낌인 이전 후기를 보니 흑역사를 보는듯한 느낌이네요;;
금색과 비취 최종 후기입니다!
저번 후기가 좀 흑역사 느낌이 나지만 웬만한 내용이 들어있으니 새로 추가된 내용에 관해 적을게요
먼저, 엔딩을 모두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업데이트 버전의 엄청난 반전은
바로 에미아와 리엘이 죽었는 줄 알았는데 리엘만은 살아있었다는 점이죠.
이 부분은 TRUE END 이후에 리엘의 과거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이벤트 마지막에 볼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리엘만이 살아남았을 때의 그 절망감은 제작자가 보여준 TRUE END에서의
정점을 찍은 장면이라고 생각돼서 좋았습니다.
물론 주인공 3명이 모두 살아남고 그들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죠.
제작자가 얼마나 절망 매니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GOOD END에서도 일러 하나만 추가해줬으면 싶었는데 말이죠....
어차피 창작물은 제작자 마음대로 만들어나가는 게 매력적이니까요.
다른 게임들처럼 HAPPY! 하게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인상에 남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이후 후기는 어떤 분이 좋은 질문을 주셔서 그걸 Q&A하는 식으로 적을게요!
Q1. 과거 스토리를 만든 이벤트 방은 어떤 곳인가요?
정확한 경황은 모르겠지만 제작자님은 이 이벤트 방에 있는 흰색 머리의 남성을 스크립트 상에서
"알비노 로이크"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 남성은 "세리아가 중요한 실험도구"라고 하거나
"너무 무리를 시키면 그 사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이 '알비노 로이크'라는 사람이 세리아를 실험도구로 여기며 '그 사람',
즉 실반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연구를 한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이벤트 방은 그걸 위한 실험실인 셈입니다.
"원래 세계로 돌려보낸다"는 얘기도 했던 것으로 보아
이 이벤트 방이 '이세계' 혹은 다른 '패러렐 월드'임을 예상할 수 있죠.
Q2. 세리아는 그 이후로 어떻게 됐고 왜 이벤트 방에 있는 건가요?
우선 세리아는 살아있습니다.
알비노 로이크와 처음 대화할 때 그는 이런 말을 하죠.
"네가 살아있는 동안엔 이 이상 괴로워할 사람은 나오지 않을테니까. 너도 그걸 바라고 받아들인 거잖아?"
이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총 세 가지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세리아는 살아있다.
2) 이 장면은 에미아와 로이크가 죽고 난 다음 상황이다.
(이는 이 이상 괴로워할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유추 가능)
3) 세리아는 자신의 선택으로 이 실험에 참여했다. (너도 그걸 바라고 받아들인 거잖아? 참고)
이를 통해 추가된 이벤트들을 종합해서 제 개인적으로 유추해봤습니다.
이는 제작자의 의견이 아님을 참고하고 한 명의 팬으로서 추측한 것이니 하나의 해석으로만 재밌게 봐주세요.
저는 알비노 로이크는 다른 세계의 로이크라고 생각해요. 패러렐 월드라는 설정인 거죠.
그리고 그는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그 세계에서의 로이크도 에미아를 잃은 상태인 걸로 추측해요.
그렇지 않다면 로이크가 굳이 연구를 하기 위해 세리아에게 협력을 요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알비노 로이크가 있는 세계에선 실반 선생님이 살아있습니다.
작중에 나온 "실반 선생님에게 있어 중요한 실험도구"라는 얘기는 그 실험을 진행할 실반 선생님이
그 세계에선 살아있다는 얘기죠.
결론적으로 제 추측은 다른 패러렐 월드에 있던 알비노 로이크가 에미아와 리엘을 되살리기 위해
세리아의 기억 속에 있는 세리아의 세계의 로이크, 에미아, 리엘을 떠올려서 그들을 재현해낸 후에
그들을 무언가의 방식으로 되살리고 실반의 연구를 이어갈 생각인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전부 제 상상이니 일치하진 않겠지만 이게 정확하게 떡밥이 풀리지 않은 작품의 장점이기도 하니 여러분들도
자기들 나름대로 재밌게 해석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
6. Nevermore
첫 Wolf툴 번역.
짧고 인상 깊어서 연습삼아 번역, 배포함.
안 써보던 툴이라 짧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1달 정도 번역했음
횡스크롤 플레이가 프리게임치고 신세계였음 (당시 기준)
그 때 당시에 롤께끼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_ _)
7. 999, Victory
즐길 요소도 많고 가챠 시스템도 신선했음. 그리고 무엇보다 일러가 예쁨.
엔딩 다 보려면 노가다가 많이 필요했지만 그 노가다를 감수할 정도로 재밌었음.
번역하는 중에 업뎃되서 다시 번역했다는 슬픈 전설이...
일본에서는 '999, Victory 리턴'이라는 속편이 나왔는데 아직 플레이를 다 못 해봄.
기회가 된다면 속편도 언젠가 번역하지 않을까...
8. 눈 떠보니, 어둠 속에
지금은 터져버린 어떤 트친에게 추천을 받아 알게 됨.
도트 예뻐서 번역.
도트가 위주인 게임이라 폰트를 그에 맞게 수정하는데 애먹음 (처음이라)
BGM 좋음. 엄청 좋음.
9. 스고로쿠 프린세스!
freem에서 발견한 게임.
참신한 게임 방식이 인상깊어서 번역.
이 작품도 번역 중에 업뎃되서 두 번 작업함.
서큐버스 가슴 사이즈, 어인 어머니 회뜨기 등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많아서 번역을 할지 고민을 많이 함.
고블린이 파이센이라고 부르는 거 번역할 때 고민했었음
(파이센은 선배를 칭하는 신조어? 유행어? 이다.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센파이를 뒤집은 말.
우리말의 경우, 배선(?) 쯤으로 해석 가능.)
제작자분들이 로고 수정 도와주거나 번역판을 플레이하는 등 열렬한 (?) 관심을 보임
10. 아마야도 버스정류장
대부분의 게임과 마찬가지로 freem 돌다 발견.
번역을 느리게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도중에 업뎃해서 고생함.
근데 그 업뎃이 해피엔딩 추가라서 신의 한 수가 됨.
(안 그랬으면 금색과 비취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번역작 중 처음으로 소설화, 만화화된 작품이다.
참고로, 최근(17.09.25 기준)에 해질녘 서사시라는 속편(?)이 나왔는데 yuki라는 번역가분께서 잡으셨다.
11. ILLNESS
ヤヤ님 작품 첫 번역. (제작순서만 따졌을 땐 수중화가 먼저 나옴)
캐릭터들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번역하기 수월해 보여 잡음
서고를 번역할 땐 캐릭터들 부연설명까지 다 들어있어서 좋았음.
하네코 죽었을 때 많이 안타까웠음...하네코 ㅠㅠ
12. ha*co
특유의 매력에 끌려 번역함.
하코(haco)는 일본어로 상자라는 뜻임.
2k지만 단편이라 용기를 내어 잡음. 근데 파일이 전부 다 이미지....
13. 불을 끄기만 하는 시급높은 숙직
짧고 강렬한 게임 추천받던 중 지금은 터져버린 어떤 트친에게 추천을 받아 번역하게 됨.
바로가기를 누르면 실행이 안 되는 오류로 인해 고생함.
(도와주신 나기님, 물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제작자분이 번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줌. (얼마 전에도 업뎃됐다고 재번역해줄 수 있냐는 메일 옴)
플레이어 이름 적는 부분에서도 오류가 많이 남.
위의 이유로 테스트 플레이를 많이 해서 검수 끝낼 쯤엔 플레이 끝내는데 3분도 안 걸림;;;
14. 418호실
처음으로 잡아본 원 맵 게임.
남주가 페이트 시리즈의 아처라는 캐릭터를 닮은 디자인이라 인상깊었다.
이틀만에 번역 완료.
짧아도 긴장감은 굳굳.
15. atonement
아주 짧은 번역기간에 만족. :D (하루 걸림)
어째선지 ヤヤ님이 한 때 번역을 허가제로 지정했던 게임 (지금은 아님)
나무 키우는 재미가 있다. (식목일에 하기 딱 좋음)
16. 6 feet under
Nevermore 제작자 작품.
처음에 컨트롤법 몰라서 렉먹은줄 알고 껐다 다시 킴;; (마우스 조작)
역대 최단기간 번역 (1시간도 안 걸림)
17. 감옥, 새장 -ROUKAGO-
freem 돌다 발견.
제목의 새장을 어떻게 번역할지 망설였다.
왜 새장(카고)이라는 용어를 쓴 건지 몰라 실제로 사전까지 뒤져봄
(평소엔 사전 잘 안 찾아봄)
캐릭터들이 엄청 예뻐서 잡음
하이드 존잘. 지킬 존예
나중에 검수돌릴 때 '빨간' x N 부분에서 이유없이 도서비님이랑 빵터짐.
(가끔 짤방으로 씀)
18. 2016의 칠전팔기
첫 地獄カバ님 작품.
좋아하는 제작자님 작품이라 번역함.
일본 고유의 단어들이 나와서 살짝 고생함
(부적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가 여러 개 사용된 것도 고생포인트)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힘듦. (전라도랑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쓸 것 같다는 점에서)
19. iroiro.
ha*co 제작자의 첫 작품.
캐릭터들이 컬러풀해서 마음에 듦. (알록달록한 거 좋아함)
평소에 번역할 땐 욕설이나 성적인 용어는 가능한 한 순화하는 편인데
여기선 용어가 직접적으로 나와서 그대로 번역함 (작품 참고)
20. 수중화
ヤヤ님이 처음으로 제작한 게임.
일러가 개성적이라 마음에 듦.
형이랑 누님 케미 터짐.
분위기가 어두워서 그런지 몰입도가 좋음.
번역할 때, 인형이랑 인어가 번갈아 나와서 골치아팠음.
(인어는 일본어로 にんぎょ, 인형은 일본어로 にんぎょう)
21. 감옥, 진실 -ROUSHIN-
지킬 활약상이 속편에 들어서 확 줄어듦. (하이드 위주)
후속작인만큼 바로 잡아서 번역함.
타이틀 화면 식자 안 해도 된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식자하기 싫어함)
한국어판에선 수정했지만 제작자분이 엔드롤 부분에서 영어를
잘못 적어서 식자할 때 수정함.
작중 캐릭터 이름 하나 번역하면서 흠칫하고 검수하면서 또 흠칫함.
22. 고마워! 나의 경영
니코동에서 아부님 실황 보고 흥미가 생겨 번역.
여태까지 잡은 작품 중 번역기간이 가장 길었음 (2년 가까이)
(군복무로 인해 연기된 1BITHEART가 기록 깼을 듯)
첫 2k 번역이라 시간이 엄청 오래걸림. (2k 번거로워...)
평소에는 자가검수도 하는데 이 게임은 못 함
(클리어를 못 해서... ,경영은 어렵습니다.)
2k박사 다크루인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23. 코쿠라세
freem 돌다 발견.
여태까지 잡은 번역작들 중 가장 재밌게 플레이함.
다른 vx ace툴 게임들과는 다른 암호화 방식으로 인해 번역하면서 고생
(코쿠라세 번역이 여태까지 잡은 작품들 중 두 번째로 길다, 9개월.)
재밌게 플레이하고 고생한만큼 의미있는 작품.
스팀판(니코동판)은 freem판보다 더 꿀잼 (특히 2-3편)
소설판도 만화판도 나왔지만 정발은 안 됨.
도서비님이 식질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진짜 수고했습니다. (_ _)
도서비님 식자기간이 여태까지 가장 길었음.
공략 안 적으면 헤매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만들었는데
공략 적는 것만 몇 시간 걸림;;
스팀판은 현재 제작자님과 협상중에 있습니다.
24. 나를 용서하지 않아
freem 돌다 발견.
퀄리티에 반해서 번역함.
게임 플레이 도중에 나오는 인터넷창은 번역 못 함.
(번역할 것도 없긴 하지만..)
25. Sweet Spice Summoner!
999, victory 제작자 작품.
이거 번역할 쯤에야 999, victory 타이틀 화면을
식자 안 한 걸 깨닫고 같이 작업함.
캐릭터 조합, 소환이라는 개념이 신선.
부냥 커여움.
꽃들 이름 번역, 해설에 나름 신경씀.
26. 키미모노가타리
번역된 ヤヤ님 작품 중 제일 꿀잼. (개인 기준)
여태까지의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안나의 이야기보단 오마케에 나오는 후에 나오는 왕과 마녀의 이야기가 더 신경쓰임.
오마케 후에 나오는 내용은 이 작품의 속편인 죽고싶어하는 마녀를 참고하시길.
(배포는 됐지만 번역판은 안 나옴)
27. 도트코이
freem에서 발견.
티라노빌더 게임 첫 번역이자 첫 미연시 번역.
미연시라서 그런지 번역할 때 다른 게임들보다 오글거림.
반복 이벤트 수두룩한데 복붙이 안 되서 상당히 고생함.
알만툴이면 3주도 안 걸릴 게임을 복붙 못 해서 두 달 동안 작업함.
1BITHEART 번역 늦춘 주범.
많은 사랑 받은 게임이라 뿌듯함. (훈훈한 마무리)
28. 마구 때리는 유치원
2017년 첫 번역은 카론과 함께!
직접 플레이해도 재밌지만 번역한 후 상대방의 플레이 모습을
지켜보는 게 카론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
이번 카론은 언어가 예상보다 많이 거칠어서 순화하는데 신경 좀 썼다.
순화로 인해 원문대로 번역하지 않은 것도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ㅈ밥 -> 찌꺼기, 어린애는 자라 -> 어린애는 빨리 ㄸ치고 자라 등)
6월 휴가기간(4박 5일) 동안에 플레이, 번역, 검수 완료 후 배포함.
카론 겜들 지침이 바뀌어서 (번역 가능, 관련 질문이나 지원 X) 멘헤라플레시아는
잡을 의향은 있으나 번역 못 하는 중.
29. 하얀 뱀의 구애
알찬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어 번역.
엔딩 BGM과 도트가 일품.
선택지 질문도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건 어째서일까.
9월 휴가기간(6박 7일)동안 번역한 게임 중 하나.
30. Double Escape
첫 중국겜 번역.
중국 게임인데 일본어판 게임 플레이하고 그걸로 번역한 건 함정.
게임 스토리, 일러보다는 색다른 플레이 방식에 이끌려 번역함.
9월 휴가기간(6박 7일)동안 번역한 게임 중 하나.
31. 쿠로는 무지개빛
사실 번역 후기라고 해도 타이틀 부분만 번역한 게임.
번역할 내용이 없음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제작자님께 양해를 구하고 허가를 받음.
32. Quadrangle
번역이 하루만에 끝난 짧은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출타 사정 및 그래픽 수정으로 인해 3개월 정도에 걸쳐 배포한 게임
싫지롱마카롱 부분은 라임 개그임에도 번역할 대사가 보자마자 괜찮게 떠올라서 만족스러웠음
(원문은 やなこったパンナコッタ)
제작자님, 번역기념 축전 감사합니다!
33. 두들리와 불가사의한 탑
2017년에 번역, 플레이, 실황 시청한 게임 중 가장 재밌게 플레이, 번역한 프리게임.
검수해주신 습작님께 감사합니다 (_ _)
원제가 다도리-와 불가사의한 탑인데 '다도리-'가 '두들리'로 읽는다는 걸 처음 알고 잘못 번역할 뻔함;;
이 작품에서 나오는 '안'도 '앤'이 올바른 표기겠지만 그걸 바꾸기엔 너무 늦게 깨달아서
결국 안으로 표기했습니다. 네.
이 작품은 수수께끼도 괜찮고 스토리 준수함. 떡밥도 많이 있으니 두 번 플레이하시길. ㅇㅇ
괜히 매드파더, 미사오 제작자가 아닙니다, 예
서양의 배(과일)가 우리나라 배랑 다르다는 걸 이거 번역하며 처음 알게 됨.
BGM이 갓갓이라 흥얼거릴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 즐길 때의 팁인데 '안에게 쓴 편지'를 병사에게 보여주면 서재를 보여준다.
하지만, 안한테 전해주면 진행도에 따라 편지를 태우거나 분수에 던져버린다. (이 경우엔 서재 못 봄)
나중에 이거 따로 확인해보는 것도 묘미일 듯함
34. 정원의 꽃여인
MV 게임 첫 번역.
옛날에 플레이한 게임 이제서야 허가 맡고 번역함.
백합 성향 약간(?) 있습니다.
위스탈리아, 이리스 부분 번역하면서 당황했다. 뭐야, 얘네 왜 이렇게 무서워;;
오르텐시아 보고 치유받아요.
부대 출발하기 직전에 배포하고 감. 빡셌다;;
MV 폰트 바꾸는 법 몰라서 기본폰트 상태로 둠. ㅇㅇ
35. 골동소녀
요즘 번역할 때 변수가 많이 생기서 그런지, 오랜만에 편하게 번역한 게임.
어째선지 제작자님이 연상을 좋아한다는 게 마구마구 느껴지는 게임(?)임.
처음에 게르트라우데가 메인 히로인(?)인 상태로 진행될까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조기퇴근에 당황스러웠음.
골동소녀 타이틀 부분 및 기타 이미지 파일에 피파폰트 사용함.
피파하는 분들은 플레이하다 흠칫할 수도 있지 않을까.
36. 소녀괴물푸른꽃
제작자분이 프리게임 콘테스트에 이 작품을 출품하면서 번역이 미뤄짐.
(콘테스트 우승시 저작권이 넘어가서 번역이 불가능할 예정이었음)
제작자님이 타이틀 이미지 깔끔하게 수정해줌 ㅎㅎ.
어떻게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그 과정이 재밌음.
37. 핏피
도트가 인상적이어서 잡게 됨.
지하맵이 다섯 개뿐인데 (랜덤식) 꼼꼼하게 돌지 않으면 무한 루프타는 느낌
제작자의 다른작품, 신작들도 퀄 좋아보여 기대됨 (아직 못 해봄)
38. 여름의 불빛
제목에 적힌 불빛은 원문이 '아카리'이며, 이 단어는 잘 수확된 특정 지역의
사과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중에서 소녀가 사과를 들고 있었던 이유, 타이틀 화면의 사과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엔딩을 보기가 살짝 번거롭지만 그만큼 엔딩이 훈훈한 게임
제작자분이 데이터를 직접 편집하겠다고 하셔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39. 비가 오면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은걸
울프툴은 잡을 때마다 새롭다는 걸 알려준 작품.
대사량 적을 줄 알고 우선순위로 뒀는데 예상보다 곳곳에서 뭐가(?) 많이
숨어있었다.
속편이 나와있지만 아직까진 번역 허가 안 받은 상태.
게임하면서 들리는 빗소리랑 고양이 소리에 취한다. (?)
40. 무자비한 미소
천남님이 번역했던 것에 '누군가가 웃었던 이야기'가 추가된 버전이다.
본 게임에 시키의 이름을 통한 말장난이 많아서 일부 중요한 장면에선
한자표기를 그대로 사용함.
(사기<죽는 시기, 死期>와 색<色>은 모두 시키라고 읽는다)
테루테루보즈는 비가 그치길 바라며 매달아 놓는 사람 모양 인형이다.
41. 죽은 개구리에게 바친다
게임 번역이 진작에 끝났는데도 기술적 오류로 시간이 걸림.
(타이틀 화면의 제목이 일본폰트로 설정되어 있어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꺼지는 문제)
렌타카(제작자)님 특유의 심오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번역을 하게 됨.
게임 난이도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제작자님 사이트, 구글에 공략글이 없어
공략 작성에 난감해하고 있음 (본인은 이 게임을 입대 전에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 남;;)
42. 오로호스의 꿈
오랜만에 잡는 VX ACE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음.
ㄴ 역시 번역하기 편한 건 VX ACE가 제일이라니깐! VX, MV도 마찬가지고
43. 해피쵸코민트
캐릭터마다 보이스가 포함되어있는 고오급 게임.
제작자님이 배우신 분이라(?) 민트초코를 주제로 한 게임이 나와서 잡게 됨.
(번역자 본인도 민트초코를 좋아한다 ㅎㅎ)
스토리 자체나 마무리는 아쉬움이 남지만 캐릭터성, 그래픽, 시스템만큼은
웬만한 게임들한테도 안 밀릴 듯함.
란타나가 설정상 지나치게 강력하다는 점 때문에 란타나는 초반 이후로
파티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음.
진져가 남동생 보는 느낌이라 번역하면서 훈훈했음 (역자는 동생이 없다)
44. 우주비행사의 모험
본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엔 프라이팬, 빵을 이용한 등의
말장난이 무척 많음.
1)
......草だ(풀이다)
www(ㅋㅋㅋ)
위 내용은
쿠사다 = 풀이다
= 냄새난다(臭い<쿠사이>가 같은 발음이라서 사용되는 신조어)
를 이용한 일본식 말장난이다
2)
작중에서 가위로 해바라기를 자르는 장면의 싹--둑! 부분의 원문은
ちょっきーーん!이며
이는 ちょき(가위바위보의 가위)를 이용한 말장난이다.
3)
고양이의 한 방 개그인
고양이 성인이 고냥 넘어져버렸다! 의 원문은
네코세이진가 네코론다 (고양이 성인이 뒹굴었다!) 이다
그 외에도 이 작품엔 일본 고유의 문화도 나온다.
작중에 나오는 무카에비, むかえび(ムカエビ)는
일본에서 영혼들이 돌아온다고 믿는 오봉 중,
8월 13일에 조상을 비롯한 혼령들이 자신들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피우는 불이다.
위와 같이 설명할 부분들이 많아서 괜히 스피드웨건이 된 느낌임;;
스토리가 뛰어나진 않지만 도트를 비롯한 그래픽 등의 연출이
굉장히 참신해서 번역하게 됨.
45. 멘헤라플레시아
1년이 넘어서야 배포하게 된 역대급 규모의 카론게임.
멘헤라플레시아 이후에 나온 멸망의 요람 등은 아직 플레이해보지 못했다.
(번역 허가 요청은 일판 배포당시부터 보냈지만 정식허가는 2018년에 받음.)
여태까지 해본 카론 게임중에서 얀데렐라와 믹스오레를 가장 재밌게 했는데
그 게임들보다 이번 작품이 더욱 인상깊었다.
멘헤라플레시아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신이상자를 뜻하는 '멘헤라'와
흔히들 알고있는 악취가 심한 꽃 '라플레시아'의 융합어이다.
기존에 번역했던 마구 때리는 유치원과는 달리 이번에는 순화 없이
그대로 번역했다. 순화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수준을 넘었다.
(애초에 육변기같은 대사를 어떻게 순화해;;;)
그런데 이번에 막상 필터없이 번역하니 맛들려서(?) 욕으로 마구 때리는
그 작품도(?) 여유가 생기면 필터링을 그대로 써볼까 고민 중이다.
번역자체는 트위터 등에 언급했던대로 1주만에 끝났다.
그런데 검수 과정에서 어째선지 원본에도 그대로 적힌 코드가
말썽을 일으켜 기술적인 부분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오류를 일으킨 코드 삭제, 코드 변경 등으로 오랜만에 전공과목을 살렸다(?)
내가 번역하다가 잘못 건드렸는지 캐릭터가 그림자분신술(?)을 하는 등
별의 별 오류를 다 봤다. 그로 인해 번역판은 예정보다 1~2주 하고도
하루 더 걸린 후에야 배포가 가능했다.
번역 얘기만 하다보니 게임 얘기를 못해서 간략하게 적겠다.
이 게임에는 캐릭터별로 엔딩이 두 개씩이다.
평소에도 보던 Bad End에 비해 이번 멘헤라플레시아에서는 무려
Happy End가 있다.
(플레이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기서의 happy는 캐릭터의 Happy지,
플레이어의 Happy가 아니다.)
그래도 여러 부분에서 카론게임이 쓸데없이 발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케일이 이렇게 커지니 유료게임을 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5명의 매력적인 캐릭터들과의 즐거웠던 (과거형)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이 갓겜을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 (그래야 제작자님과 내가 즐거우니 ㅎㅎ)
말은 이렇게 해도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다. 늘 그렇듯이 마무리가 (이하생략)
개인적으로 미호밍 이야기를 가장 인상깊게 봤다. 특히 마지막 과거회상 ㅇㅇ
46. SwM
Quadrangle 제작자분이 다른 일러레분과 콜라보해서 만든 게임이다.
스탠딩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 연출이 마음에 들어 잡게 되었다.
남매간의 근친이라는 소재를 다룬 소재인만큼 여러 말들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그냥 번역했다. 애초에 진짜로 남매도 아니었고.
안 들여오기엔 좀 아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엔딩 보기가 용이한 게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다.
가뜩이나 짧은 게임인데 엔딩을 3콤보로 볼 수 있다니 이건 꼭 해야 해!!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애니메이션 연출도 웬만한 프리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한 방식이라서 우와-하면서 입을 벌린 채 플레이할 수 있다.
일러스트가 일러레분이 아닌 제작자님이 그리신 거라 스탠딩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 연출은 각별하다 ㅇㅇ
엔딩 근처까지 가야 볼 수 있지만;;
짧은 게임치고 즐길 요소가 어느 정도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번역하기 편하고 오랜만에 수정할 거리가 없어 굉장히 편하게
번역을 했다. 짧은 게임 갓갓
47. 아일랜드
스토리는 굉장히 흔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메리트는 바로 도트에 있다.
깔끔한 도트와 그 움직임에 도트 매니아들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랬으니 ㅇㅇ 참고로 엔딩이 한 개고
아이템을 조합하다보면 볼 수 있는 게 엔딩이라 따로 공략까진 안 적었다.
이 게임을 번역하는데 사실상 2~3일 걸렸지만 여러 기술적 문제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기간동안 많은 도움을 주고 기다려주신
제작자님과 습작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게임은 번역판으로 나오면서
원작보다 아쉬울 부분이 있다.
원래, 이 게임의 폰트는 도트여서 레트로적인 느낌이 훨씬 부각된다.
하지만 실제로 검수를 돌려본 결과, 한국어판에선 글자가 깨져
가독성이 심하게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일반 나눔고딕 폰트로 출력하게 됐다.
그 밖에 엔딩로고도 랜덤으로
愛らんど(사랑) 哀らんど(슬픔) 逢らんど(만남)와 같이
말장난을 쓰며 출력되지만 한국어판은 이들을 모두 아일랜드로 출력되게 했다
참고로 게임 내의 아일랜드는 アイらんど(아일랜드)로 표기된다
48. 1BITHEART
1.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쪽이 전라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쪽이 경상도라서
사투리를 번역할 때, 두 지역의 사투리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섞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2. 포츠리(POTURI)는 1bit 세계관에서의 트위터, 페북과 같은 SNS의 개념이며
'중얼거리다'라는 뜻을 지닌 ぽつり라는 단어에서 따왔다.
3. 이 게임의 기본 배경은 일본이며 통화 역시 엔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번역판에서는 환율을 한국에 맞게 원화로 변환(수치 포함)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100엔 = 1,000원의 환율로 변환했다.
4. 가만보면 일본의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는 1bitheart에서 역자가 오역을
할 뻔한 단어가 있었다. タイマン(타이만)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タイマン이라는 글자는 원래 태만이라는 말로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가 나오는 이즈치와 키라이의 대결 직전 장면을 번역하면서
이 말의 해석이 석연치 않았다. 찜찜한 마음(일본에서 가타카나를 사용하는
경우는 강조표현, 외래어 및 외국어 표기, 포켓몬 이름<그 이외의 고유명사>
로 나뉘기 때문이다)에 구글링을 해보니 1980년대에 불량소년들이
사용했던 1대1의 대결을 일컫는 속어라고 한다. (+역자는 90년대 출생이다.)
그렇게 후련해진 역자는 '맞짱'이라는 예전부터 사랑받아온 단어(?)로
현지화해서 들여왔다.
5. 아이템 중에 "색시"라는 결혼정보잡지가 있는데 원문은 '세크스이'이며
섹시라는 발음을 강조한 가타카나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유리프님의
블로그를 보고 신부를 칭하는 한국어인 색시와 이름도 비슷하고
결혼정보잡지의 특색도 살리는 초월번역이라는 생각이 들어 채용했다.
이 자리를 빌어 유리프님께 감사합니다. ( _ _ )
6. 코코아 앨리의 원문은 ココアリー이다.
원래 같았으면 코코앨리라고 번역했겠지만 미와시바님이 코코앨리의
파일명을 cocoa alley라고 적은 만큼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 코코아 앨리로
들여오게 됐다.
7. 챕터 1의 끝 무렵에서 미사네는 나나시가 방구석폐인인 것치고는
특이하게도 자신을 "오레"로 지칭하는데 나나시는 친구들에게서 표현을
배웠다고 말한다. 다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도 없으니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직접 음성을 듣고서 그 순간 알아차리는 수밖에 없다.
얼마나 제가 조심스럽게 집어넣어도 이미 일본어에서 인칭대명사가 어떻게
쓰이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 방법이 도무지 없다.
어찌 되었든 그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미카도가 “보쿠”를 사용한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8. 현재의 나나시는 "오레"를 쓰며 미카도/미래 나나시는 "보쿠"를 쓴다.
미래의 나나시가 정체를 밝히고 같은 이름 "나나시"를 쓰면서 서로
대화할 때 서로를 아주 약간 더 구분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보너스 챕터의 나나시는 다시 "오레"를 쓴다.
9. 미와시바님에 따르자면 게임의 이름이 "1bitHeart"이고
엔딩곡이 "1BitHeart"인 것은 의도된 것이라고 한다.
소문자 b는 "작은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10. POTURI에서 히토히토의 풀네임이 히토히토로만 나오는데 원문에
그렇게만 적혀있어 따로 표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와시바님의 의도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문을 그대로 옮겼으니
참고바랍니다.
11. 이번 검수 때 추급이라는 단어와 관련해서 수정 얘기가 많이 들어왔는데
추급이란 단어는 오타가 아니라 실제로 있는 단어입니다. 그 단어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쓰는 것보다 원문으로 옮기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 그대로 들여왔으니 참고바랍니다.
+. 러브 초콜릿
일본어 : ラブチョコレート
가격 : 20bit
게임 내 설명 : 진심을 너에게
steam판/playism판에만 있는 아이템입니다.
일반 무료판에는 없으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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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커피입니다. 3년 7개월간의 길고 길었던 1bitheart 번역이 끝났습니다.
군생활 기간이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기나긴 기간동안 이 게임의 한국어판을
기다려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게임을 무척 즐겁게 플레이하고 번역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잡은 기간이 길어지면서 즐겁기만 했던 게임과 번역은
저에게 점점 부담감이 되어갔습니다.
번역 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1bitheart에 한해 번역하는 데에
슬럼프가 생겨 번역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잡고 있는 작품의 수도 많아지고 기간도 길어지면서
번역을 그만둘까 하고 몇 번이고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게임을 번역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메일로 응원해주셨고
자청하여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는 그 분들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고 1월에는
거의 집에만 박혀 하루종일 번역만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나마 시간이 있는 방학기간에
번역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2월에 갈 여행 계획도 개인적으로 필요했던 공부도 미뤄두고 그것만을 한 결과,
저는 번역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뒷배경엔 제가 번역을 끝내고 유럽여행을 가있는 동안
선뜻 나서서 검수를 맡아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은 슬럼프도 극복했고 번역을 그만둘 생각도 없으니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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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메리아의 정원
오랜만에 야야님 게임을 잡아서 감회가 새로웠다.
근래에 울프툴만 주구장창(?) 잡다가 VX ACE 잡으니까 작업도 수월하고
속도가 빠르긴 하구나 싶었다.
군생활하고 복학하는 동안까지 야야님이 게임을 많이 내셔서 다 번역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차근차근 번역해나갈 예정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동 세이브 구간에서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기록하시겠습니까?"라는 텍스트가 나오는데 이는
메리아가 [메리아의 정원]이라는 책 속에서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내용', '얘기'와 같은 단어가 아닌 '이야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번역했습니다. 원문도 직역하자면 이야기라고 번역할 수 있고 말이다.
게임 초반에 메리아의 방에서 책장을 조사하면 각각 4권의 책이 나온다.
이는 이 게임의 제작자인 야야님의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전작들의 내용이다.
물 속의 꽃 = 수중화
이상한 병에 걸린 자들 = ILLNESS
사후의 세계 = 키미모노가타리
키우고 고치고 = atonement
위와 같이 정리된다.
참고로 네 작품 모두 메리아의 정원이 배포되기 전의 작품이다.
야야님 작품에는 이와 같이 전작의 내용이 자주 수록되니 같이 플레이해보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50. 라이브라리움
오랜만의 VX 게임.
하얀상자의 마법사 때부터 좋아하던 제작자라 이 게임을 잡고 싶었다.
마코랑 히로가 굉장히 풋풋하고 귀엽게 보여 좋았던 작품.
이 분 후속작이 라이브라리움 배포시점으로 2개가 더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잡고 싶네요.
(스포) 히로의 트루 엔드의 도서관 장면에서
"이럴 때면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고 싶다"를 처음 플레이하며 한 번,
번역하며 한 번, 검수하며 한 번. 총 3번 보고 웃었네요ㅋㅋ
대사 자체보단 그 분위기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 빵터졌어요.
이번 게임은 도서관에서의 내용을 다룬 만큼 어려운 내용, 용어가 많이 나왔는데
번역하기 어려웠다기 보다 한국의 플레이어가 일부 대사에서 이해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으니 소감은 여기까지 적고 아래에 번역 관련 후기를 적을게요;;
이번 한국어판은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일본문학이 수록된 한국어판과
원문을 현지에 맞게 수정한 한국문학이 수록된 한국어판.
총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이는 제작자에게 허가를 맡은 사항이며 스토리 진행에 큰 차질이 없는 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일본 문학보다 좀 더 친근한 한국 문학으로
더 와닿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현지화 버전을 따로 배포하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현지화판은 일본의 플레이어들이 원작에서 작가와 작품들을 보고
공감하는 것을 재현하고자 번역자가 한국 플레이어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제작자와의 협의 하에 각색했습니다.
단, 스토리 진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한국문학 분류 방에서
'카지이 모토지로우의 레몬'이 등장하는 등
일부 장면에서 스토리 진행상 현지화가 이루어지지 못 한 부분이 있으며
캐릭터들의 대사를 새롭게 각색한 부분이 있으니
플레이 전에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 십진 분류와 일본 십진 분류는 다르다. 자세한 건 검색으로!
子子子子는 원래 '자자자자'가 아닌 '코코코코'라고 읽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자자자자'로 현지화했다.
2분류 : 지리역사 서고에서 히로가 "키노사키에서" 라는 말을 할 때,
마코가 알고 말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히로가 城の崎にて라는 소설을 떠올리며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나오는 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子는
猫の子子猫、獅子の子子獅子로 읽을 수 있으며
보통 네, 코, 시 라는 발음으로 읽을 수 있다.
네코<고양이>(노)<조사> 코<자식> 코네코<아기 고양이>,
시시<사자>(노) 코<자식> 코지시<아기 사자>
(노)는 조사이며 의미를 함축한 문구를 해석한 것이므로 생략한 듯하다.
참고로 코지시<새끼 사자>는 아기<코>와 사자<시시>라는 단어의 합성이므로
시시의 앞부분이 탁음으로 변해 지시로 발음하게 된다.
9분류의 작문법, 일본고전에서 나오는 구절들은
위키에 나오는 백인일수를 참고했다.
백인일수라는 이름 그대로 본게임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구절들이 백 개 있는데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51. 츠키메테
간만에 MV 단편 게임을 번역했습니다. (무자비 업뎃 제외)
단편 게임이지만 짧고 강렬하죠.
이 작품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52. HOTEL 337
미완성판 게임을 배포하는 건 이번으로 벌써 세 번째네요.
개발이 중지된 작품이자 제 첫 번역작인 죽음의 마을과
demo판만 하고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잡게 된 pocket mirror.
혈기왕성했던(?) 시절이라 무모하더라도 괜찮다 싶으면 무조건 번역을 잡곤 했죠
앞서 적은 극초반에 번역했던 게임들 이후로 체험판 혹은 개발 중지 게임은
근 몇 년 간, 잡은 적이 없었고 잡을 의향도 없었는데
HOTEL 337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던 게임이라 잡았습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나 중지가 됐네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이 게임을 잡게 된 이유는 정말 단 하나.
그래픽 때문이었어요. 체험판이라고 해도 스토리를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그래픽은 게임을 플레이하면 바로 들어오는 편이니까요.
다양한 시스템. 신선한 인터페이스. 깔끔한 도트.
인게임 상태에서 대화시에 움직이는 캐릭터 그래픽. 모두 좋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네요.....
참고로 이 게임은 여러 제작자분들이 협업해서 만들던 게임입니다.
제가 체험판 허가를 다시 받을 때는 '우주 비행사의 모험' 제작자분이
총 책임자셨고요. 군대 갔다온 사이에 책임자가 바뀌셨다는;;;
아무튼 이 그래픽을 주도해서 만드신 분은 Ghost Hospital이라는 개인 게임을
제작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 게임이 완성판이 나온다면 한 번 해보고 기회가 된다면
번역도 해보고 싶네요.
53. 엔카운트
굉장히 플레이타임이 짧고 엔딩도 2개인 노벨 게임입니다.
몇 몇 분들은 아시겠지만 츠키메테를 제작했던 분의 게임이죠.
같은 제작자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스타일이 꽤 다릅니다.
깜놀 요소가 들어간 공포게임인 츠키메테와는 달리
엔카운트는 공포의 요소보다는 짤막한 스토리의 흐름을 추구했죠.
판단은 여러분들 나름이지만 전 이 게임을 좋아합니다.
조금 진지하게 해석해보자면
사람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이 게임의 엔딩을 둘로 가른 핵심이니까요.
누구든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
무언가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게 만들죠
이 게임의 게시글에 마치 자신의 얘기 같다며 다시 힘을 내고 간다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설령 누군가에겐 지루하거나 별 내용 없는 게임이더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돋구어주고 무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준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번역한 게임을 플레이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따로 대댓글을 적지 않더라도 항상 댓글 읽어보고 있습니다.
동기부여도 많이 받고요. 더욱 노력하는 탄산커피 되겠습니다 (_ _)
54. 키미가시네 <네가 죽어> 1부
네. 갓겜입니다.
전역하고 나서 해본 게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중에서
단연코 제일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흔한 소재임에도 캐릭터간의 갈등과
압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일품이죠.
현재, 연재중인 게임이고 지금 한국어판으로 배포된 게 1부까지인 만큼
무심코 스포일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게임에 대한 건
최종장 후기에서나 적을게요 ㅎㅎ
(현재 일본판은 2장 후반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될 때엔 이미 다른 분이 번역하고 계신다고 해서
아쉬워했지만 번역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물개님께
헐레벌떡(?) 연락을 드려 허겁지겁(?) 번역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시간에 번역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기존에 어느 정도 번역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번역을 공동 작업으로 해보는 건 처음인데 제가 짊어질 부담이 준다는 점은
상당히 좋더군요. 번역이 안 돼 있던 부분들만 번역한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양이 적었던 건 아니지만 물개님이 하신 작업에 비하면야....
이번 번역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호칭, 고유명사 등의 통일이었습니다.
기존에 번역돼있던 문장들은 ~쨩, ~군 등의 일본식 호칭을
그대로 채용한 반면, 저는 그런 거 절대 못 보는 성격이라서요. (단호)
제가 물개님과 얘기하며 호칭을 재정리하긴 했지만 그걸 직접 수정하신
물개님의 수고는 두 말 할 게 없죠.
고유명사도 번역한지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포맷되어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기존 번역문과 제 번역문의 스타일이 달라 고생을 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적자면 작중에서 나오는 모든 지방을 대통합시킨 Q타로의 사투리나
어미에 냥, 멍이 붙는 긴의 말투 등이 제 기준과는 조금 맞지 않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수정을 했더라죠.
네. 제가 번역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깐깐한 편입니다.
기존 번역본이 제 스타일과 맞지 않았을 뿐,
절대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 (_ _)
실제로 제가 기존 번역본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 제 걸 버리고
수정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키미가시네 <네가 죽어> 1장이 번역이 끝났습니다.
사실 2장도 전반까지는 번역이 끝났는데
후반까지 통합해서 2장을 통째로 배포하려는
물개님의 큰 그림(?)이 있는 것 같네요.
제작자분의 허가가 나는대로 물개님과 같이 작업할게요.
2장에서 후기가 이어지겠네요.
+) 이번 코미케 4일차에 네죽 제작자인 난키다이님이 최종장 체험판과
사운드 트랙을 들고 나오셨다는데 여러 정황상 못 가봤네요.
나중에 통판도 하실 생각이라고 하니 기대해봐야죠..
55.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
3개월만에 나오는 번역작이네요.
화과자 마녀님께 게임 추천을 받았는데 게임이 매력있고
무엇보다 분량이 짧아서 (중요) 서프라이즈 배포용으로 잡아야겠다 싶었던 게임이에요.
요즘 취업 준비랑 졸업작품 준비, 과제 등으로 계속 바쁘다 보니
번역에 진척이 없어 게임 번역을 소홀히 하는 느낌이라 이 게임을 잡게 됐죠.
번역할 게 적은데 캐릭터, 일러스트도 매력있고 재밌잖아!? 하는 생각에
플레이 후 바로 허가요청을 보냈었거든요.
번역은 이틀만에 끝났는데 제 실수로 데이터를 날려서 복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2주라는 시간동안 배포를 끌고 말았네요;;
서프라이즈 배포임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다리게 해드린 점,
심심치 않은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서론은 그만하고 게임에 대한 얘기와 번역썰을 적어볼게요
일본어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눈치채셨겠지만
이 게임의 제목,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에서
봄은 이 게임의 주인공인 하루를 뜻합니다.
일본어로 하루가 봄이라는 뜻이니까요.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
제목의 "봄"을 "하루"로 바꿔 읽으면
"그리고 하루는 재가 된다"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는데
이는 작중에서 나왔던 하루의 장례식 장면이 연상되게 만들죠.
진엔딩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하루는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우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 색이 하루의 오빠와 같은 초록색으로 바뀌죠.
원래는 노란색이었거든요. 이는 결국 하루가 유우와 계속 교류를 하며
오빠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하나의 암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죽음에 이르기까지 오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저는 그렇게 해석했어요.
이 게임은 알게 모르게 암시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진엔딩에서의 유우가 오빠가 아니라는 것은 눈의 색깔 뿐만 아니라 진엔딩
전의 선택지 이후에 메뉴창을 열었을 때 유우의 이름이 이상하게 나오는 부분이나
하루가 겁을 먹고 도망갈 때 잠깐 비춰주는 이미지,
유우가 하루를 찾으러 하루네 집 현관으로 들어갔을 때, 거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2층에 있는 오빠방으로 가서 주변을 조사하면 볼 수 있는 뒤집힌 글 등
이 작품에서 제작자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단서를 찾는 느낌이라 재밌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제 최애는 아카미 유우입니다.
스토리가 말수가 적은 하루보다 유우의 대사로 진행되는 편이기에 유우 특유의
가벼워보이는 말투를 잘 다루려고 신경썼어요.
특히 장례식장에서 꽃을 들고 도망쳐 호텔로 온 뒤에 나오는
"요만큼도 말이지!"라는 대사는 그 대표적인 사례죠.
웬만하면 맞춤법을 맞춰 번역하려는 제가 어떻게 하면 이 대사 특유의
귀여운(?)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바로 저렇게 적어야겠다 생각했죠.
후기가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캐릭터들과 복선 찾기가 매력적인 이 게임, 재밌게 플레이하셨으면 합니다 XD
56. 소라와 하얀 귀신
배포한다 배포한다 해놓고 결국은 2020년 1월에서야 배포된 번역작인
소라와 하얀 귀신 후기입니다.;;;
맵 하나당 텍스트가 무진장 많이 들어있었으니 선처해주세요 ^^;
우선 이 게임은 일본의 명절인 오봉을 다룬 얘기입니다.
오봉을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양력 8월 15일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이승에 잠시 돌아오는 날 정도로 보시면 되겠네요.
여름에 있는 추석이다라고 생각하시면 좀 더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추석과 오봉은 정확하게 따지자면 개념이 다르지만...)
아무튼 오봉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날인 셈이죠.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소라, 즉, 오오조라 카나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인 공백세계로 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런 얘기를 다룬 작품이고요.
이 작품에서 나오는 공백세계라는 설정은 이 작품에 있어서 여러분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핵심적인 키워드일 거예요.
단순히 보면 죽음과 생존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용어에 불과하지만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인 소라(空)와 시로(白)의 명칭도 이에 영향을 받았으며 고스트맨과 소라가 이승에서 가진 이름인 시라(白)토리 다이스케와 오오조라(空) 카나메라는 이름 역시 이 설정에 반영된 걸 보면 제작자가 공백세계라는 키워드에 어느 정도로 초점을 맞췄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기존에 일본어에 관심이 많았거나 노 게임 노 라이프 같은 작품을 보셨던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었겠죠 ㅎㅎ
혹시 나중에 다시 플레이하실 분들이나 게임을 끝까지 안 하고 플레이하실 분들이 계시다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플레이해보시면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게임과 관련해서 번역할 때 신경 쓴 부분들에 대해 정리할게요.
먼저, 시로의 말투입니다.
시로는 엔딩까지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학생들이 낳고 어딘가에 아이를 버리면서 죽게 됐습니다.
즉, 신생아 상태에서 죽은 아이인 셈이죠.
그렇기에 시로의 말투는 존댓말이나 기본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이며 이는 원문도 동일합니다. 예를 들면 소라가 할머니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라고 말할 때, 시로는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라고 존칭을 쓰지 않는 반말을 사용합니다. 예의가 없다기 보단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어려운 존칭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거죠. 무척 예의바른 번역자인 저는 무의식 중에 시로의 개성인 이 말투를 해치진 않을까 신경쓰며 번역했습니다. 동심의 눈높이에서 번역하다보니 노는 게 제일 좋아져버려 번역이 미뤄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개성을 가능한 한 살린 상태로 들여온 것 같아 만족스럽네요.
다음으론 경찰의 정체입니다.
오마케 방을 보면 경찰이 자신의 정체를 혈귀라고 밝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의 원본은 "오니(鬼)"입니다. 이 작품은 생과 사의 경계를 다루는 얘기라 그런지 오니부터 오바케, 유령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다양한 표현들이 나옵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오니는 귀신이라고 번역했겠지만 이러면 오바케(해당 작품에서 이미 귀신이라고 번역)와 겹쳐버리니 뭐가 좋을까 고민했죠. 귀멸의 칼날 정발본처럼 도깨비라고 할까 고민도 했지만 도깨비와는 또 다른 개념인 것 같아 다른 단어로 번역하기 위해 위키를 돌아다니던 중 혈귀라는 표현을 찾아 그걸로 번역했습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경찰이 빨간 눈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부터 鬼 자가 단어 안에 들어있는 것까지 잘 어울린다라는 느낌이 들어 사용하게 됐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상점 주인의 어떤 대사에 대한 내용입니다.
상점 주인과 대화를 하는 이벤트에서 별점 5개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는 이 내용의 원문은 별점 5개가 아닙니다. 원문은 방석 3개죠. 이 유래는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밌는 얘기를 하면 방석을 1개 주고 재밌는 얘기가 아닐 경우 1개를 빼앗는 구조에서 따왔으며 방석 3개의 경우는 정말 재밌는 얘기를 했을 경우에만 해당되죠. 번역판에서는 알기 쉽게 별점으로 현지화해서 들여왔습니다.
끝으로 번역 소감만 적고 마치겠습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 플레이하며 저도 꽤 재밌게 했던 게임이지만 이 게임의 대사에는 패턴이 있어요. 바로 등장인물들이 너무 예의가 바르다는 점이죠.
A : ~해서 죄송합니다(or 감사합니다),
B :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하죠(or 감사하죠).
이와 같은 대화 패턴이 너무 많다 보니 번역하면서 질리게 되어 진척이 늦어졌어요;;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패턴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번역할 때는 텍스트만 보다 보니 PTSD가 왔었어요;;
+ 게임의 대화 패턴과 같이 제작자님도 굉장히 예의가 바르고 좋은 분이십니다.
이제 대화 패턴에 질릴 일도 없으니 다시 열심히 해볼게요 :)
57. 브래드 교수와 웃지 않는 조수
이 게임은 이전에 번역했던 "하얀 뱀의 구애"를 제작하신 미타케님의 작품입니다.
단편 게임을 정말 가벼우면서도 재밌게 잘 만드시는 분이고
이 게임도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번역했어요.
원래 제목은 "브래드 교수의 웃지 않는 조수"지만
이 작품 자체가 조수인 이자벨라만의 이야기가 아닌 브래드 교수와 조수인 이자벨라의 내용을 모두 다뤘기에 지금과 같이 수정했습니다. 참고하세요.
엔딩을 보다 보면 떡밥을 꽤 뿌렸으니 SECRET 파트를 보지 않아도
두 사람의 관계와 브래드 교수가 하는 연구의 진상을 알아차리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브래드가 사랑하는 여성이었던 친구 이자벨라는 무언가의 이유로 죽게 되었고 그 이후로 브래드는 흑마법을 통해 이자벨라를 되살리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SECRET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되살아난 이자벨라는 기억을 잊은 채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모습이 바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봤던 두 사람의 모습이죠.
브래드 교수가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는 연구는 이자벨라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기억이 없는 상태의 이자벨라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자신의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도록 조수로서 곁에 있게 한 거죠.
다소 뻔하지만 안타까운 이 스토리는 "애인인 이자벨라"가 아닌 "친구인 이자벨라"를 되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즉, 소중한 친구를 잃고서 그녀를 잊지 못한 브래드의 짝사랑 이야기로도 해석될 수 있죠. (이 의견은 개인의 해석이니 참고하세요)
이는 두 가지 요소를 통해서 더욱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BGM의 중단.
항상 알쏭달쏭하지만 밝은 분위기의 BGM들이 게임 내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이 BGM이 끊기는 순간이 딱 한 번 있습니다.
바로 SECRET 모드에서 기사를 확인한 순간이죠.
브래드 교수에게 있어선 잊고 싶었던 현실에 대한 상기를
플레이어에게 있어선 명확하게 진상이 드러나는 순간이죠.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한 순간 즐거운 BGM이 끊기는 연출이 상황을 더욱 진지하게 보이도록 하죠.
두 번째는 추가 스토리에서 밝혀지는 진실.
밝은 분위기 속의 본편과는 달리 추가 스토리에서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죠.
본편에선 농담을 서로 주고받던 두 사람의 사연을 게임의 가장 마지막 부분인 추가 파트에서 보여줌으로써 앞에서 나왔던 장면들과 더욱 대비되게 만들죠.
이런 연출적인 면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게임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다들 재밌게 하셨으면 좋겠네요. :)
58. 도트코이 (여성향)
도트코이가 여성향 버전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서 2019년 9월쯤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번역작품이 밀리다보니
이제서야 번역, 배포하게 됐어요;;
그동안 도트코이 (여성향)와 관련해서 번역 요청이나 문의들이 많이 왔었는데
이제 재밌게 하시면 될 것 같네요 :)
이 아래부터는 번역썰과 잡담이 이어집니다.
~원문과 번역 해설~
도트코이 (여성향)의 원래 제목은 이전작과 동일하게 도트코이이며
이는 각각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표기의 차이로 구분됩니다.
기존 도트코이는 히라가나, 이번 여성향 도트코이는 가타카나로 표기됐어요
일부 캐릭터들 이름에 유래에 관해 간단하게 적을게요.
먼저 아오키(青木)는 자신의 색상인 파란색이 이름에 들어가있죠
미나모토(源)는 원기, 원천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미나모토의 성과 부합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라나카(村中)는 전작에 나오는 캐릭터인 나카무라(中村)에서
글자 배치만 바꾼 것이고요
무라나카 쇼코가 좋아하는 머슬곰의 원문은 곰머슬이며
곰을 뜻하는 "クマ"와 머슬(근육)을 뜻하는 "マッスル"을 합해서
"クマッスル"이라고 불렸습니다.
번역문은 여러모로 고민해봤지만
가장 알아듣기 쉽고 입에 붙는 머슬곰으로 들여왔어요.
미나모토와의 청소당번 이벤트에서 미나모토가 밴드를 결성(?)할 때
공연장에서의 활약에 대해 언급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공연장은 무도관이며
이는 일본에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가장 크고 대표적인 무대죠.
우리나라로 치면 올림픽홀 공연 무대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루이, 미나모토와 귀가할 때 등장인물들이 편의점 치킨을 사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편의점 치킨의 원문은 "ファミチキ"입니다.
패밀리마트를 뜻하는 "ファミリーマート"의 "ファミ"와
치킨의 "チキ"를 합쳐서 만든 신조어예요
루이와의 이벤트에서 귀국자녀 얘기를 할 때, 웬츠 에이지라는 이름이 나옵니다.
여기서 나오는 웬츠 에이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서 살아온 귀국자녀이며
일본의 유명 배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분이 계실 수 있겠지만 검색해도 쉽게 나오지 않아
그냥 그대로 들여왔어요.
루이의 이벤트 중에 노란 병아리 같은 소리를 낸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의 원문은 새된 소리를 낸다는 뜻의 "黄色い声"예요.
이를 노란색(루이의 색상)을 뜻하는 "黄色い"로 라임을 맞춘 거죠
작중에서 특산품이라며 가져온 감귤의 원문은
미야자키현의 토종 감귤이라는 "日向夏"입니다
니카이도와의 이벤트에서 가챠핀이라는 캐릭터가 언급이 되는데 이 캐릭터는
일본의 어린이용 프로에서 나오는 인기 있는 공룡 마스코트예요
이는 우리나라에서 뽀로로나 펭수 같은 입지죠.
하지만 작중에서는 가챠 얘기와 라임을 맞춘 것일뿐,
직접적으로는 가챠와 연관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추가로 해당 이벤트에서 나오는 친구 보상의 원문은 "フレンド石"이에요.
이 의미를 직역하면 친구 돌인데 모바일 게임에서 친구 관계를 맺으면
혜택으로 주는 보상으로 추정됩니다.
소녀전선으로 치면 친구 숙소에서 얻을 수 있는 전지 같은 개념이겠네요.
미나모토 이벤트에서 언급되는 브로리와 사가트,
에다지마 헤이아치와 같은 캐릭터들은
각각 "드래곤볼", "스트리트 파이터", "돌격! 남자 훈련소"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즉,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을 언급한 거죠.
참고로 해당 작품들은 모두 배틀 장르입니다.
게임 내에서 "지랄하네"라는 선택지가 나온 적이 있을 거예요.
해당 선택지의 원문은 "ほざけ"이고 이는 지껄이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지껄이고 있네"라고 번역하기엔 원문이 줬던 3글자의 임팩트가
잘 살지 않는 것 같아 조금 의역을 섞어 "지랄하네"로 번역했어요
너구리와의 불꽃놀이 이벤트에서 "펑펑 터져라"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는 타마야카기야(일명 타마야)라는 불꽃놀이를 보고 외치는 연호를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하기 편하도록 의미를 번역했습니다.
일본의 설화에서 너구리는 변신을 할 수 있는 요괴로 여겨지는데
이 때, 변신하면서 나는 소리는 "ぽんぽこ(폼포코)"등으로 표현됩니다.
이 게임에서도 이런 효과음이 나왔지만 국내에선 사용하지 않는 말인만큼
이를 모두 다른 대사, 효과음으로 변경하여 들여왔어요
니카이도와의 수학여행 이벤트에서 나오는 오이리 아이스크림은
주인공 일행이 수학여행을 간 카가와 현의 특산품이에요.
이는 아이스크림에 구슬 같은 것이 들어갔다고 하여 들 입자를 사용한
お入りアイス라고 불리는 듯합니다.
이것말고 우동체험에 관한 얘기도 나오는데
우동 또한 카가와 현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번역 후기~
제가 번역한 작품들을 많이 해보셨던 분들은 아실 수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번역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번역작인 도트코이 (여성향)는 일본의 신조어들, 속어들 등이 많이 나오면서
현지화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여태까지 가졌었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들을 가능하면 문맥, 원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금 순화시키는 방식의 번역 방식을 택했었고
그 예시로는 마구 때리는 유치원의 대사에서 나오는 "ㅈ밥"을 "찌꺼기"로 순화한 사례가 있죠.
어린 연령층을 비롯하여 좀 더 많은 분들이 좋지 않은 말들을
직접적으로 접하게 하고 싶지 않던 제 개인적인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용에 지장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욕설의 수위를 낮췄었죠.
하지만 이번 도트코이에서는 신조어와 속어가 많이 나온 만큼 일일이 수정하기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이런 언어들의 개성을 보다 매끄럽고 찰지게(?) 들여오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실제로 신조어, 속어가 많았을 뿐이지 극심한 욕설이 있진 않았기에 이렇게 스타일을 바꾸게 된 것도 있고요.
그 밖에도 기존에 제작자의 숨겨진 의도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고수했던
직역체에서 벗어나 의역으로 좀 더 매끄럽게 번역했고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네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번역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욱 매끄럽게 번역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앞에서 얘기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얘기가 너무 길었으니 이젠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해볼게요.
도트코이 (여성향)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솔직히 여성향 버전으로 한 번 더 만드실 줄 몰랐거든요;;;
전작이 화제가 됐던 만큼 같은 패턴으로 나오는 후속작은 전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걱정은 보기 좋게 배신당했어요.
전작에 비해 훨씬 좋아진 인터페이스와 늘어나고 다양해진 공략 캐릭터.
그리고 공략 대상의 친구와 가까이 지내면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게 진행되는 이벤트,
이런 캐릭터 연계 시스템과 더불어서 늘어난 EXTRA의 이미지들.
개인적으론 완성도 측면에서 전작을 충분히 뛰어넘었다고 생각해요.
플레이하면서 항상 주인공이 약속 장소에 먼저 나가있는 등 패턴이 반복되는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정도면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있게 다가온 캐릭터는 니카이도였네요.
제작자님의 Pixiv FanBox에 들어가면 외전격 작품을 만들어 후원금을 받고 판매하신다는 얘기가 있으니
일본어를 해석해서라도 플레이하고 싶을 정도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고려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
59. 그리고 여름에 꿈을 꾼다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 서프라이즈 배포가 됐네요.
이 게임은 이전에 번역했던 "그리고 봄은 재가 된다"의 스핀오프 작품이에요.
플레이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본작의 스토리에서 뭔가 진행이 된다는 느낌보다
본작의 스토리를 따서 미니게임을 만든 느낌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플레이 타임도 무척 짧고요.
하지만, 본작을 번역해서 들여온만큼 이 작품도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자님께 허가를 맡고 들여오게 됐습니다.
분량이 짧은 것도 있지만 제작자님이 이미지 파일을 편집하기 편하도록
따로 파일을 보내주셔서 (식자 담당인 도서비님이) 훨씬 편하게 작업했습니다.
내용을 번역하고 검수하는데 하루도 안 걸렸죠.
이 후기를 빌어 제작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립니다.
나머지 서프라이즈 배포 작품은 영상에 자막을 다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작품에 관해선 다음 후기에 상세히 적을 예정이니 그 때 참고하세요!
그럼 이제 이 게임에 대한 얘기를 적어볼게요
플레이 타임이 적고 외전 요소가 강한만큼
이 게임에서 스토리나 복선 등으로 크게 얘기를 다룰 것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작이 시리즈화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둡니다.
조개껍질을 주우며 평화롭게 바캉스를 즐기다가 이전 상황의 기억을 떠올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하루의 모습을 이 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넣음으로 인해
하루가 아직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그 밖에도 아이스크림을 비롯하여
여러 물건들을 팔던 사람은 게임 내에서 파라솔로 얼굴이 가려져있습니다.
여기서 어째선지 하루의 오빠가 이 바캉스에 개입하는 것과도 같은 찝찝함을 주죠.
전작에서의 엔딩과 이런 사소한 요소들이 연출들이
어째선지 바캉스를 즐기는데도 아직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찜찜함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느낌은 제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전작의 제목에 들어가있던 봄, 그리고 이번 스핀오프의 제목은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가을과 겨울이 정말로 나오는지, 나온다고 하면 올해 나오는지 등은 미지수이며
아직 밝혀진 게 없지만 처음부터 제작자님이 노리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제작자님은 새로운 신작을 열심히 제작 중이십니다.
신작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일지 완전히 새로운 신작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XD
60. Human Killing
어느덧 60개의 번역작품을 배포하고 있네요.
단편이 많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금자탑을 쌓아올린 느낌도 들어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싱숭생숭합니다ㅎㅎ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번역해온지 5년하고 반 년 조금 넘게 지난 지금,
다시 돌아보면 제 인생에서도 프리게임 업계 쪽에서도 참 여러 일들이 있었구나 싶어집니다.
꼰대같은(?) 넋두리는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앞으로 탄산커피 번역소를 많이 찾아주시고 즐겁게 게임을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는 탄산커피가 되겠습니다.
여기부터 진짜 후기입니다
Human Killing은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오로호스의 꿈과 무자비한 미소를 제작하신 야카로님의 작품입니다.
단편이 나온 직후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해봤었죠.
우선, 번역썰에 대해 정리할게요.
후일담에서 수수께끼 책을 보면 "시점을 바꿔라" 라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머리를 써라" 이며 여기서 말하는 머리는
앞글자를 뜻하는 두음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머리를 써라"라고 하면 일본과는 달리 중의적 느낌이 나지 않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의역을 다소 섞게 되었습니다.
침실 책장에 나온 "신기한 소설"은 플레이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작자님의 이전작, 오로호스의 꿈의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기본적으로 "히어로"를 파란색, "악"을 빨간색으로 적습니다.
이는 말하는 캐릭터에 따라 색이 변하죠. 저마다가 자신을 "히어로"로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최종결전에서 이로아스가 자신을 칭할 때 빨간색 글씨로 표현됩니다.
이는 이로아스가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악"이며
자신이 죽을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싸우는 것을 나타내죠.
그 증거로는 최종결전 전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인
"히어로가 누구인지 정해져 있다는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마찬가지로 최종결전 전에 나오는 메세지를 보시면 알 수 있어요.
눈치가 어느 정도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최종결전 직전의 메세지는 다른 메세지들과는 달리 그림자 효과처럼 연출됩니다.
앞에 적혀있는 글자와 뒤에 적혀있는 글자는 다르고요.
이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확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작품이 다른 단편들보다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단편임에도 반전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 이로아스가 거울에 비치지 않았던 이유
-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편지를 나눠 써서 알아차리기 힘든 세로쓰기 편지
- 암전 상태에서 이로아스가 문을 여러 번 두드려도 문이 열리는 이유 등
알고 난 다음 다시 보면 그래서 그랬구나 싶은 부분들이 자잘하게 많이 들어가있죠.
그 중에서 제일 신박했던 기믹은 세로쓰기 편지를 여러 개로 나눈다는 발상이었습니다.
제가 놀랐었던 만큼 다른 분들도 놀라기를 바랐기에 이 부분은 특히 열심히 번역했죠!
금색과 비취 때보다 번역 센스가 발전한 것 같아다고 느껴 뿌듯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후일담을 플레이 할 때, 음성 사서함 소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또한 원래는 원문으로 소리만 나왔었죠.
하지만 플레이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갑자기 일본어가 나와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제 휴대폰으로 다른 휴대폰의 음성 사서함 소리를 녹음하고
그 파일의 소리를 키워 대체했습니다.
마지막 썰은 엔딩 크레딧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 게임의 엔딩 크레딧은 무려 영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텍스트가 없어 뒤적거려보니 영상이더군요.
제작자님께 한국어로도 제작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지만
본인도 부탁해서 받은 거라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영상 제작을 똑같이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제 머리 속에는 자막이라는 수단이 떠올랐죠.
그래서 급하게 자막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해결했습니다.
처음해보는 거다 보니 자막 퀄리티가 좋지는 않습니다만 양해 바라요 ㅠㅠ
음성 사서함과 엔딩의 자막이 서프라이즈 배포가 미뤄지게 된 원인입니다.
생각보다 애를 먹었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ㅋㅋ
실제로 자막은 배워보고 싶었기도 했으니까요!
이제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 볼게요.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요소도,
그렇게까지 엄청난 스토리도 들어있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 해보고 느꼈을 때, 여태까지 해본 단편 게임 중에서
단연 가장 인상깊은 게임들 중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사견입니다만, 저는 무언가가 저를 얽매이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무언가가 올바르다 혹은 무언가는 올바르지 않다는 개념을 단정짓고
이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요.
물론 그런 생각이나 행위 자체는 존중하고 누군가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 행위가
만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동조도 하지만요.
이 작품은 앞에서 말했던 "무언가를 단정짓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합니다.
주인공인 플레이어는 파란색 글씨의 "히어로"로
이로아스는 빨간색 글씨의 "악"으로 표현되며 메인 스토리는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후일담을 읽어보면 얘기는 완전히 반전됩니다.
자신의 가족들을 잃고 남동생만을 살리기 위해 인간으로서 살해당한 이로아스는
남동생에게 있어 히어로가 되었고 그런 이로아스를 죽인 플레이어는
자신이 한 살인이라는 행위에 속죄하며 악을 자처했으며
실제로 사람들에게 민간인을 흡혈귀로 착각하고 죽여 남동생을 혼자 두게 만든 악이 되었으니까요.
이 스토리를 만들 때, 제작자님이 어떤 생각으로 만드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무엇이든지 간에 쉽게 단정지을 수 없으며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의문을 던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 개인적인 감상이며 저도 제작자님도
플레이를 하신 여러분들도 저마다의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이 게임이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곱씹고 저마다의 생각을 유지하거나 새로이 하는 계기"
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이번에도 후기가 많이 길어졌네요;;;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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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harry6905@gmail.com by. 탄산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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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안보여요
헉 직접 번역하신 작품들의 후기라니.. 아마야도가 중간에 해피엔딩이 추가된거였군요 ;-;
이런 후기 읽는게 재밌어서 좋네요! 늘 좋은 작품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
후기들 먼저 둘러보면서 게임 고르는것도 재밌네요 ㅋㅋㅋ 사실 이 글로 처음 알게 됐는데 한글화 이렇게나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플레이 하면서 즐기겠습니다. 다시한번 한글화 감사합니다!!!
하면서 해피엔딩 스토리 엄청 대충으로 심지어 일러스트 한장없이 만든거 보고 제작자분은 절망 매니아라는것에 동감했습니다.
만들기싫은데 억지로 만든 느낌을 팍팍 낸 엔딩이어서 넘 슬펐어요.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결말을 개인적으론 원하면서 했지만 이벤트 스토리보고 결말과 별개로 역시 업뎃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습니다. QnA를 보면서 의문점이 많이 해결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언젠간 실험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일 아쉬운게 제작자님이 이 게임 말곤 다른 작품은 만들지 않으셨나봐요.. 찾아봐도 없네요ㅜ